최동현기자
우리금융그룹이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 마지막 퍼즐인 보험사 편입이 내년 2분기로 밀릴 가능성이 대두됐다. 우리금융이 그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어 시기를 앞당기기 위한 과점주주와 이사회의 지주회장 교체 결단이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금융에 대한 정기검사를 10월로 앞당긴 금융당국은 이례적으로 검사 조직을 2개국으로 확대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10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금융감독원은 은행검사 2국 주도로 1국 인력과 함께 10월로 예정된 우리금융 정기검사 사전작업을 진행중이다. 기존엔 1국이 4대 금융지주 정기검사를 담당했지만 이번엔 1·2국이 함께하기로 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1국에서 홍콩H지수(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검사에 이어 KB국민은행 정기검사 등으로 일정이 밀리면서 1·2국 인력을 합치기로 했다"면서 "금융투자검사국에서 인력 크로스를 한 경우는 있었지만 은행쪽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당초 내년으로 예정됐던 우리금융 정기검사를 10월로 앞당긴 만큼 연말을 넘기지 않게 11월까지는 검사를 끝낼 계획이다. 금감원은 정기검사에서 우리금융지주와 계열사의 내부통제 시스템, 자본적정성, 리스크 관리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현재 금감원은 우리금융 정기검사에 앞서 지난달 22일부터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 사건에 대한 2차 현장검사를 진행중이다. 금감원은 이 조사를 토대로 정기검사 과정에서 손 전 회장 부당대출 사건과 임종룡 회장의 늑장보고 논란, 동양·ABL생명 인수와 관련된 리스크 등까지 종합적으로 살필 계획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11월까지 정기검사를 끝내더라도 이에 관한 평가 결과는 내년 2분기는 돼야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금감원이 정기검사에 속도를 내자 1조5494억원에 동양·ABL생명 인수를 추진중인 우리금융은 딜레마에 빠졌다. 우리금융이 두 생보사 인수를 마무리하려면 금융위원회로부터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아야 한다. 금융위는 승인 심사 과정에서 사업계획의 타당성, 재무·경영상태의 건전성, 자금조달의 적정성 등을 살피는데 이때 가장 최근에 한 정기검사의 경영실태평가가 기준이 된다. 우리금융은 2021년 11월 검사가 가장 최신으로 당시 2등급을 받았다. 2등급 이상이면 자회사 편입승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손태승·임종룡 관련 리스크가 불거졌고 지난 4일엔 이복현 금감원장이 생보사 인수 관련 리스크까지 거론한 마당에 우리금융이 3년 전 평가 결과를 토대로 자회사 편입 승인을 신청하기엔 난처한 상황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전날 오후 "우리금융은 아직 자회사 편입 승인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업계와 금융당국 등을 통해 파악한 결과 현재 우리금융의 자본 수준만 놓고봤을 때 2등급 유지가 무리는 없을 전망이다. 다만 경영실태평가에서 내부통제 비중이 올해 15%까지 커진 만큼 손 전 회장의 부당대출 규모와 내부통제 시스템 부실이 예상보다 클 경우 얼마든지 3등급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우리은행 외에도 우리금융저축은행·우리금융캐피탈·우리카드·우리종합금융(현 우리투자증권) 등 계열사 전반에서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대출이 실행됐다는 사실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결국 우리금융은 내년 2분기까지 최근 리스크가 모두 반영된 정기검사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경우 우리금융이 지난달 28일 다자보험그룹과 체결한 동양·ABL생명 주식매매계약(SPA)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일반적으로 SPA를 체결할 땐 일정 기간 내 인허가 등 행정절차를 마무리해 거래를 완료한다는 조항이 들어간다. 자칫 자회사 편입 과정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면 우리금융이 귀책사유에 따른 위약금을 물 가능성도 있다. 온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 과정에서 최근 불거진 전임 회장 관련 노이즈는 넘어야 할 산"이라며 "우리금융이 구체적 인수 시점을 밝히지 않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 지배구조가 지분을 3~4%씩 가진 금융투자사 과점주주 체제인 만큼 동양·ABL생명 인수불발은 큰 내부 혼란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ABL생명을 재매각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다만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과거 금융지주가 금융사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오너나 지주회장 관련 리스크가 불거졌을 때 수장이 교체된 뒤 금융당국이 심사를 진행해 자회사 편입을 승인한 사례가 몇차례 있다. 2017년 12월 DGB금융의 하이투자증권 인수 등이 대표적 예다.
임종룡 회장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조사와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이다. 임 회장은 우리금융이 종합금융그룹으로 거듭나는 화룡점정인 보험사 인수를 본인 손으로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가 강해 측근들에게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 이사회가 지주 회장 교체와 내부통제 강화 등 쇄신계획을 밝힐 경우 관련 리스크 감소로 자회사 편입 승인 심사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