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권해영특파원
미국 공화당 출신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공식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공화당 유력 인사들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로 돌아서는 가운데, 부시 전 대통령 역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8일(현지시간) 미국 정치 전문 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부시 전 대통령 측은 전날 어느 대선 후보에 투표할지를 공개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부시 전 대통령이 몇 년 전 대선 정치에서 은퇴했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지난 2001~2009년 재임한 부시 대통령은 1989~1993년 미국 대통령이었던 조지 H. 부시의 아들로 역대 2008년 대선에서는 공화당의 고(故) 존 매케인 후보, 2012년 대선에서는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를 지지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공개 비판은 자제했으나,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정식이 된 공화당 전당대회에는 불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공화당 인사들은 부시 전 대통령뿐만이 아니다. 부시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딕 체니 전 부통령 측 역시 해리스 부통령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체니 전 부통령의 딸인 리즈 체니 전 연방하원의원은 지난 6일 "아버지는 미국 민주주의에 도널드 트럼프만큼 위협적인 사람은 없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며 아버지가 해리스 부통령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살아있다면) 트럼프를 지지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트럼프는 레이건이 했던 그 어떤 것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최근 공화당 인사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 대신 민주당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 지지로 잇달아 선회하고 있다. 조지 H. 부시와 조지 W.부시 전 대통령, 매케인 전 상원의원, 롬니 상원의원 밑에서 일했던 참모들 238명은 지난달 26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부시 전 대통령을 포함한 공화당 원로들이 사실상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