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담기자
중국에서 네쌍둥이를 출산해 여섯 명의 자녀를 둔 부부가 재정적 지원을 호소했다가 누리꾼들로부터 비판받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미래를 생각지 않고 다자녀를 낳았다는 이유에서다.
3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리(李)모씨 부부는 지난달 23일 중국 광둥성 선전의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네쌍둥이를 출산하면서 여섯 딸을 둔 다둥이 부모가 됐다. 네쌍둥이는 출산예정일보다 한 달 넘게 일찍 태어나 신생아집중치료실로 보내졌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진료비 20만위안(약 3766만원) 중 자부담해야 하는 4만위안(약 753만원)을 감당할 수 없어 언론을 비롯한 주위에 도움을 요청했다.
선전의 한 회사에서 일하는 이들 부부의 월수입은 1만위안(약 188만원)에 불과했다. 거기다 아내가 임신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두면서 수입은 더 빠듯해졌다. 방 한 칸과 주방, 거실이 전부인 집의 월 임대료는 2000위안(약 38만원), 딸의 유치원 한 학기 수업료는 7000위안(약 132만원)에 달한다.
남편은 "수입이 빈약한 평범한 직장인이다. 무력감을 느낀다"며 "네쌍둥이가 태어나서 기쁘기도 하지만 어떻게 아이들을 키울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육아에는 큰 비용이 들어간다"며 "마음씨 좋은 분들이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 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 아내 또한 "유일한 문제는 앞으로의 재정적 부담"이라고 말했다.
다만 부부의 사연을 접한 현지 누리꾼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누리꾼들은 "돈도 없으면서 어떻게 다자녀를 키울 생각을 하냐", "경제력을 고려해서 출산하지 않은 부모의 잘못"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에 남편은 "처음 임신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외동이라고 들었다"며 "조금만 노력하면 아이 셋을 키우는 데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몇 달 뒤 다시 확인해 보니 네쌍둥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해명했다. 이어 "병원에서 선택 유산을 권유받기도 했지만, 일부 태아를 유산하면 다른 태아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또 일부 누리꾼들이 '아들을 낳기 위해 무리한 임신과 출산을 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남편은 "아이의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한편 중국에선 경기 침체와 취업난, 높은 집값 등으로 젊은층이 결혼을 포기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올해 상반기 혼인신고 건수는 343만 건이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50만 건 가까이 감소했다. 또 지난해에 태어난 중국의 신생아 수는 902만 명으로, 1949년 이래 가장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