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재무점검②]신세계건설 '유동성 부족에 빌린 돈만 9000억원'

올해 2분기 영구채, 회사채 등 9000억원 조달
단기차입금 줄고 장기차입금 늘어
7개 분기 연속 영업적자
자금조달에 이어 자발적 상장폐지까지

올해 건설사들의 실적 확보에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신세계건설은 모회사인 이마트의 지원을 통한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영구채 등을 발행해 확보한 9000억원의 자금을 단기차입금 상환에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2분기까지 7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상황이 여의치 않자, 이마트는 신세계건설의 코스피 상장 폐지를 위한 주식 공개 매수까지 나선 상태다.

올해 2분기 9000억원 조달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은 올해 2분기 동안(별도 기준) 총 9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에 현금성 자산이 올해 2분기 7934억원으로, 전 분기(510억원)보다 7400억원 이상 늘었다. 이 자금은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을 갚아나가는 데 주로 활용됐다.

9000억원의 자금 중 6500억원은 지난 5월 29일 모회사 이마트의 자금보충 약정을 받고,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해 마련했다. 이를 통해 부채비율(지난해 말 976.2%)을 줄이고 운영 자금도 늘렸다. 619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자본총액이 같은 기간 1170억원에서 7316억원으로 늘어나면서 부채비율이 떨어졌다. 신종자본증권 6109억원은 기존 6500억원에서 증권 발행비용을 뺀 금액이다.

나머지 자금 중 2000억원은 신한은행으로부터 조달했다. 신한은행은 특수목적법인(SPC) 에스프로젝트뉴월드를 통해 제1회차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500억원을 조달해 신세계건설에 넘겼다. 또 자산유동화대출(ABL)로 1500억원을 제공했다. 한국신용평가의 '구조화금융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은 기존 차입금 등 채무를 상환하기 위해 자금을 빌렸다. 신세계건설은 올해 2분기 기업어음(CP) 550억원과 SC제일은행의 단기차입금 500억원을 갚았다. 이에 올해 1분기 42억원이었던 장기차입금 규모는 2042억원으로 불어났고, 단기차입금 규모는 같은 기간 1670억원에서 620억원으로 줄었다.

지난 4월 29일에는 500억원의 사모사채를 발행했다. 지난 1월 사모사채로 1000억원을 조달한 바 있다. 신세계건설의 전체 회사채 규모는 올해 1분기 2700억원에서 올해 2분기 3200억원으로 늘어났다. 2분기 현재 전체 회사채 중 약 1300억원은 내년 4월~8월 만기가 도래한다.

빚으로 버티기

신세계건설은 영업 부진에 따라 빚을 통해 현금을 조달하고 있다. 2022년 3분기 66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뒤 7개 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냈고,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같은 기간 순유출을 보이고 있다.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손실을 재무활동으로 메우는 모습이다. 빚이 늘어나는 만큼 이자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신세계건설의 이자비용은 1년 넘게 상승세를 보이며 올해 2분기 99억원을 기록했다.

회사채 발행 금리도 갈수록 오르고 있다. 지난 1월 발행한 700억원 규모 사모사채의 금리는 7.50%였고, 300억원 규모 사채의 금리는 7.60% 정도였다. 지난 4월에는 350억원을 사모사채로 조달했는데 금리가 7.68%였다.

신종자본증권의 발행 금리도 상승했다. 지난 5월 6500억원 규모로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금리는 7.078%다. 신세계건설은 지난 6월 기존 신종자본증권으로 조달한 300억원을 상환했는데, 이 증권의 발행 금리는 5.40%였다. 지난 5월 발행한 이 증권의 금리는 3년 안에 갚지 않을 시 9.578%로 치솟는다.

미분양에 따른 손실도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신세계건설이 공사를 진행 중인 공동주택 현장의 공사미수금은 올해 2분기 2171억원으로, 전 분기(1973억원)보다 10% 올랐다. 사업장별로 대구 수성구 삼덕동 '빌리프 프리미어'(공사진행률 100%·공사미수금 410억원), 대구 북구 칠성동 '빌리브 루센트'(공사진행률 51.37%·공사미수금 237억원), 대구 달서구 본동 '빌리브 리디체'(공사진행률 43.29%·647억원) 등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세계건설은 코스피 상장 폐지를 추진해 구조조정에 나선다. 상장 폐지를 위해 모회사 이마트는 보유 지분 70.46%와 신세계건설 자사주 2.21%를 뺀 주식을 공개 매수한다. 코스피 상장사가 자발적 상장 폐지를 하려면 대주주가 자사주 빼고 95% 이상의 자본을 가져야 한다. 공개 매수가는 1만8300원이다.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올해 2분기 9000억원 자금을 조달해 올해 필요한 만큼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했다"며 "이와 함께 자발적 상장 폐지를 통해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고, 사업 구조를 개편해 수익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부동산부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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