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희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지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대출을 거부하는 은행 관행을 바로잡을 것을 권고했다.
진정인은 지적장애인인 피해자가 장애인 특별공급으로 분양받은 아파트의 잔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신청했으나 디딤돌대출 수탁 은행인 피진정은행에 지적장애를 이유로 거부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피진정인은 단순히 지적장애를 이유로 피해자의 대출을 거절한 것이 아니며 피해자의 대출 계약 체결을 위한 의사능력과 상품 주요 내용 이해 여부 등을 확인한 결과 피해자의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피진정은행이 피해자가 지적장애인임을 확인한 후 업무편람에 명시된 내용에 따라 피해자의 의사능력 유무를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추후 분쟁의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피해자의 의사능력을 문제 삼아 대출을 거부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러한 피진정인의 행위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것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7조에서 금지하는 차별에 해당한다고 봤다.
더불어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른 장애인 특별공급의 취지가 장애인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인 점, 피해자의 대출 목적이 이 사건 아파트를 담보로 잔금대출을 받아 입주하기 위한 것인 점, 피해자가 2014년 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해 취업하여 10년간 경제활동을 해 온 점 등을 살펴볼 때 피진정은행이 대출을 거절한 이유에 합리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지난달 31일 피진정인에게 ▲피해자가 대출받기를 원하면 대출 심사 절차를 다시 진행할 수 있도록 할 것 ▲지적장애인이 대출 신청 시 의사능력 유무를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후견인증명서 또는 후견인이 필요 없다는 법원 판결문을 요구하는 업무수행 방식을 시정할 것 ▲지적장애인에 대한 의사능력 유무 확인 시 알기 쉬운 단어와 표현을 사용하여 설명하는 등 '장애인 응대 매뉴얼'을 준수할 것 등을 권고했다.
이어 금융감독원장에게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피진정은행을 포함한 금융회사에 대한 지도·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권고하고, 금융위원회 위원장에게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해 대출 등 금융 상품에 대해 알기 쉬운 안내서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