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보험 파산에 '동양·ABL생명' 패키지딜 탄력받나

한때 자산 380조 中 안방보험 파산절차 돌입
안방보험 대주주 계열사인 동양·ABL생명 매각 빨라져
우리금융 실사 마무리…본격 베팅 이어질 듯

한때 자산이 2조위안(약 380조원)에 달하던 중국 안방보험이 본격적으로 파산 절차를 밟으면서 국내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에도 적잖은 변화가 감지된다. 우리금융이 인수를 추진 중인 동양생명·ABL생명 모두 안방보험 대주주인 다자보험그룹 계열사 소유여서 그룹 자산 청산 과정에서 매각이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전날까지 약 한 달간 진행한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를 위한 실사를 마무리했다. 우리금융은 비은행 계열사 강화를 위해 지난 6월 말 다자보험과 비구속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두 생보사를 패키지로 인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실사를 마무리한 만큼 조만간 본격적인 가격 베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실사 이후 향후 절차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정부가 한때 자국 최대 보험사 중 하나였던 안방보험에 대한 파산 절차를 승인하면서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다소 유리한 시장 분위기가 됐다. 다자보험그룹은 중국 감독당국이 안방보험의 구조조정을 위해 설립한 회사로 안방보험 파산 절차가 마무리되면 이후 청산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에 다자보험과 안방그룹홀딩스가 보유중인 동양생명과 ABL생명 지분 매각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금융이 인수에 조급함을 갖지 않는다면 '매수자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얘기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이런 분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지난 5~6일 잇따라 보도자료를 내고 "안방보험 청산은 자사에 직·간접적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안방보험은 2015년 동양생명을 1조1319억원, 2016년 ABL생명(옛 알리안츠생명)을 35억원에 사들였다. 하지만 덩샤오핑(鄧小平)의 외손녀 사위인 우샤오후이 당시 회장이 부패 혐의로 당국에 체포되면서 안방보험 자산이 중국 다자보험으로 이관돼 두 보험사는 다자보험 계열사가 됐다. 안방보험과 직접적인 지분관계는 없지만, 안방보험 파산과 다자보험 청산 과정에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동양생명과 ABL생명 노동조합도 행동에 나섰다. 두 노조는 지난달 말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자본의 '먹튀' 행위를 비판하고 새롭게 인수에 참여한 우리금융에 고용안정과 인수 후 독립경영 보장을 요구했다.

일련의 분위기에도 우리금융은 무리해서 인수를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성욱 우리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상반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보험사 M&A 과정에서 오버페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 투자자들이 보험사 인수를 위해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자 명확하게 선을 그은 것이다.

국내 보험사 M&A 시장도 우리금융에 다소 우호적이다. 지난해 KDB생명보험, 올해 롯데손해보험과 MG손해보험 등의 매각이 불발되면서 원매자가 귀해진 상황이다. 지난해 보험사 인수에 적극적이었던 하나금융도 최근 보험 자회사에 3000억원대 자금 수혈에 나서면서 보험사 추가 인수를 접은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경제금융부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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