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간 거래라 환불은 어렵습니다"
중고거래를 하다 보면 한 번쯤 듣게 되는 말이다. 플랫폼은 단순 중개자일 뿐이고, 판매자도 개인이니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쉽다.
특히 직거래나 계좌이체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질 경우, 문제 발생 시 보호받기 어렵다는 인식도 강하다. 하지만 개인 간 거래라고 해서 법의 테두리 밖에 있는 것은 아니다. 거래의 성격과 설명 내용에 따라 책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 간 거래는 소송까지 갈 일이 없다?
중고거래는 사업자가 아닌 개인 간 계약이라는 이유로 '각자 책임'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로 단순 변심에 따른 환불 요구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판매자가 물건의 하자를 알면서도 고지하지 않았거나, 사실과 다르게 설명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예컨대 "정상 작동"이라고 기재된 전자제품이 실제로는 주요 기능이 고장 난 상태였다면 단순 거래가 아닌 법적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상품 설명과 실제 상태가 다르다는 점이 입증될 경우, 계약 취소나 손해배상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개인 간 중고거래 분쟁이 소액소송으로 이어진 사례도 적지 않다. 구매자가 제품 하자를 이유로 환불을 요구했지만, 판매자가 이를 거부하면서 법적 절차로 이어진 경우다.
실제 판례에 따르면 거래 당시 게시글 내용, 대화 기록, 하자 발생 시점 등을 종합해 책임 여부를 판단한다. 2022년 하자담보책임을 주장하면서 매매대금 반환을 구하는 한 사건에서 법원은 "민법상 매매의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때 매수인은 그 하자로 인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는 '개인 거래'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결국 핵심은 거래 당시 설명과 실제 상태의 일치 여부이며 게시글 캡처, 채팅 기록, 계좌이체 내역 등은 분쟁 발생 시 중요한 증빙 자료가 될 수 있다.
플랫폼은 아무 책임이 없다?
중고거래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개인 간 거래를 중개하는 구조다. 계약의 당사자는 판매자와 구매자이며, 플랫폼은 직접적인 매도인이 아니다.
그러나 플랫폼이 완전히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라는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자상거래 환경에서 플랫폼의 정보 제공·분쟁 처리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정비를 추진해왔다. 판매자 정보가 불명확하거나 반복적 사기 의심 계정에 대한 관리가 미흡할 경우, 이용자 보호책임을 둘러싼 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 등에 접수되는 중고거래 관련 분쟁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중고거래 플랫폼 관련 상담 2790건을 분석한 결과, '사전고지한 상품정보와 상이' 불만이 32.4%(903건)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주문취소 시 환불 거부' 13.5%(376건), '구매 후 미배송·일방적 계약취소' 11.5%(322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만약 거래한 당사자가 사업자라면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청약철회권 행사가 가능하다. 중고거래 플랫폼 4곳 중 3곳(번개장터, 중고나라, 헬로마켓)은 사업자(전문판매업자)의 판매를 허용하고, 사업자 신원정보를 등록하거나 별도의 사업자 판매 코너를 두어 개인 판매자와 사업자를 구분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소비자원이 플랫폼의 판매 게시글을 모니터링한 결과, 사업자가 개인 판매자인 것처럼 위장하여 판매 게시글을 올린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이 경우 중고거래 플랫폼이더라도 판매 주체가 사업자라면 소비자는 청약철회권 등 전자상거래법에 따른 권리 행사가 가능하다. 따라서 플랫폼 운영 사업자는 소비자가 관련법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도록 판매자의 사업자 지위 여부 확인 등 관리를 철저히 하고 사업자일 경우 신원정보 제공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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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는 합리적 소비의 한 방식이지만, '개인 간 거래'라는 말이 면책의 방패가 되지는 않는다. 설명과 다른 물품을 판매하거나 하자를 고지하지 않았다면 책임이 따를 수 있다. 거래 전에는 상품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고, 거래 과정은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박지수 인턴기자 parkjisu0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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