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훈기자
부애리기자
금융권이 콜센터에 인공지능(AI) 상담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고 있지만 정작 금융소비자의 만족도가 높지 않은 아이러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대상으로 한 감성분석에서도 드러난다. '고객 편의'를 이유로 AI 챗봇·음성봇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지만, 의도와는 다른 금융소비자의 반응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8일 아시아경제가 빅데이터 분석기관인 데이터앤리서치(DNR빅데이터분석팀)에 의뢰해 최근 5년(2019년 6월~2024년 5월) 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대상으로 금융회사의 키워드별 감성 분석을 진행한 결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4개 은행의 순호감도가 하락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국내 뉴스·커뮤니티·블로그·카페·엑스(X·옛 트위터)·인스타그램·유튜브·페이스북·카카오스토리·네이버 지식in 등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기업·단체, 정부·공공부문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은행 콜센터', '○○은행 상담사 연결', '○○은행 상담사', '○○은행 AI상담' 등 4개 키워드와 관련한 긍·부정 감성과 이에 따른 순호감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5대 시중은행의 순호감도는 신한은행을 제외하고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순호감도란 긍정률(전체 정보량 대비 긍정 정보량)에서 부정률(전체 정보량 대비 부정정보량)을 뺀 것이다. 우선 하나은행의 순호감도를 보면 2019~2020년 58.6%에서 2022~2023년 69.8%까지 상승세를 보였으나 2023~2024년엔 61.1%로 8.7%포인트 하락했다.
우리은행 역시 2019~2020년 61.9%에서 2022~2023년 67.8%로 상승했으나, 2023~2024년엔 47.0%로 주저앉았다. NH농협은행도 2019~2020년 64.9%였던 순호감도가 2021~2022년 72.0%까지 올랐지만, 2개년 연속 주저앉아 2023~2024년엔 63.3%까지 하락했다.
주요 시중은행 중에서 순호감도가 지속 우상향한 것은 신한은행이 유일했다. 신한은행도 부침은 있었지만 2020~2021년 40.5%로 최저점을 기록한 이래 3개년도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고, 2023~2024년 71.9%로 주요 은행 중 가장 높은 순호감도를 보였다. 또 긍정률은 부침이 있었지만, 부정률은 2020~2021년 12.95%에서 2023~2024년 4.37%로 지속적인 우하향 흐름을 나타냈다.
가장 큰 낙폭을 보인 것은 KB국민은행이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2019~2020년 48.6%를 기록한 이래 순호감도가 줄곧 하락세를 보였다. 2021~2022년 39.2%로 잠시 반등하는 듯하더니 2022~2023년엔 36.0%, 2023~2024년 -50.8% 순으로 급락했다. 40~50% 선을 유지하던 긍정률이 17.2%로 줄고, 10~14%를 횡보하던 부정률이 68.1%까지 상승한 데 따른 영향이다.
다른 은행에 비해 2023~2024년 KB국민은행의 낙폭이 두드러졌던 것은 지난해 말 콜센터 상담사 해고 논란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당시 KB국민은행은 콜센터 용역회사를 기존 6곳에서 4곳으로 축소키로 하면서 240여명의 콜센터 직원을 해고키로 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KB국민은행은 내외 반발에 이들에 대한 전원 고용승계를 약속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이와 더불어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사태의 영향 등 악재가 겹친 측면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풀이된다. KB국민은행은 홍콩H지수 기초 ELS 최다 판매사다. DNR빅데이터분석팀 관계자는 “KB국민은행의 콜센터 관련 정보량이 5년간 총 1만8000여건인데, 해고 논란이 빚어진 시기에만 4700여건의 부정 정보량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