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티메프' 사태 시장혼란…공정위가 보이지 않는다

큐텐, 계열사간 불공정거래 분명
인수 업체도 모두 자본잠식 상태
공정위, M&A 심의과정 문제

오픈마켓 플랫폼업체인 티몬(TMON)과 위메프(WeMakePrice)의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로 어수선한 지난 한 주였다. 모기업 큐텐(Qoo10)을 통한 긴급자금 수혈로 일부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지만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는 상황에서 피해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모기업 큐텐그룹의 상황도 사실 녹록지 않다.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큐텐은 지난 2022년 9월 티몬을 작년 3월과 4월에는 인터파크와 위메프를 각각 인수했다. 이러한 공격적 인수전으로 큐텐은 2022년 기준으로 한국 e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단번에 8%에 해당하는 점유율을 차지해 쿠팡(37.7%)과 네이버쇼핑(27.2%)에 이어 업계 3위가 된다.

이미 시장 내에서는 잘 알려진 바로 큐텐그룹의 실제 목적은 2012년에 창업한 물류업체 계열사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하는 것이다. 티몬과 위메프 등 국내 업체 인수는 이를 위한 몸집 불리기의 일환으로 이해된다. 특히 지난 4월에 경영악화 일로에 있던 북미·유럽기반 글로벌 쇼핑플랫폼 ‘위시’(Wish)를 모든 운영자산과 부채를 포함해 약 2223억원에 다소 무리한 인수를 감행한 뒤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 충분한 자금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기업 인수를 서두르다 보니 미수금 사태도 발생했다. 야놀자 측에 따르면 인터파크 인수 대금 중 약 1700억원도 아직 지불하지 못한 상태다.

이러한 유동자산 부족 상태에서 큐텐이 티몬과 위메프의 현금성 자금까지 모두 단기간에 끌어 쓴 것이 이번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로 이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현행법상 명백한 불법은 아니더라도 편법을 넘어선 계열사 간 불공정 거래임은 분명하다. 특히 올해 티몬과 위메프는 선불충전금 형태의 티몬 캐시와 '선주문 후사용' 방식의 각종 상품권 할인 판매에 다소 무리한 모습마저 보인다. 이러한 자금유용이 가능했던 것은 현행 유통업법상의 유연한 판매대금 정산 주기를 불법은 아니더라도 큐텐그룹이 악용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기업의 불건전 재무 상황이 금융감독원 등 공개된 자료로부터 이미 쉽게 파악이 가능하고 일반의 상식적 판단에서 보더라도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은 큐텐에 시장점유율 8%에 해당하는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 인수를 공정거래위원회가 승인해준 것에서 그 원죄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합당한 지적에도 “기업합병과 인수에 관련해서는 공정경쟁 제한성 위주로 국한된 심사를 한다”는 공정위의 반응에 실소를 금치 못한다. 특히 큐텐이 인수한 국내 업체가 모두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자본잠식' 상태인 점이 눈에 띈다. 2022년 기준으로 티몬과 위메프의 자본잠식 합산액은 무려 9000억원에 이른다. 모든 면에서 큐텐의 기업 인수는 국내 e커머스 시장의 경쟁력 강화라고 보기 어렵고 단지 계열사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하기 위한 포석에 불과했다.

공정위의 설립 목적은 기업 간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해 경제활동의 기본질서를 확립하기 위함이고 그 주요 기능은 시장의 경쟁 촉진, 소비자 보호, 및 경제력 집중 억제에 있다. 공정위가 승인한 큐텐의 무리한 기업 인수는 위에 언급한 그 어떠한 공정위의 존재 이유에 부합하지 못한다. 이번 판매대금 미지급 사태로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 막대한 피해를 보고 시장 질서는 교란됐으며 그 결과로 쿠팡과 네이버쇼핑 등 기존 거대 업체로 시장집중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공정위는 기업 인수와 합병 심의 과정에서 원론적인 단순 시장점유율 계산이 아닌, 해당 기업의 재무 상태는 물론이고, 인수와 합병의 진정한 의도를 심도 있게 파악해 그 승인에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할 것이다.

김규일 美 미시간주립대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