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AI 혁명과 인구절벽 위기

멜서스 "인구 급증 식량난" 예언
인간의 잠재력 간과…예측 빗나가
기술의 발달…인구감소 소비시장 대체 못해

영국의 사상가 토머스 맬서스가 한국의 출산율을 알았다면 '이불킥'을 했을 것이다. 그는 1798년 저술한 '인구론'에서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인류가 심각한 식량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인구 증가 속도가 식량 증산 속도보다 빨라 식량이 부족해지고, 이로 인해 빈곤과 범죄가 많이 발생할 수 있다며 강력한 출산 억제 정책을 주장했다. 한국에서도 1980년대까지 "아들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는 인구 표어가 유행할 정도로 국가 차원에서 출산을 억제했다.

하지만 맬서스의 예측은 빗나갔다. 과학기술의 발전을 간과하면서다. 농업기술의 발전으로 품종 개량이 이뤄지고. 화학비료 투입에 따라 농업 생산은 크게 증가했다. 반면 산업혁명 이후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자녀 양육 부담이 커진 탓에 출산율은 급격히 떨어졌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저출산을 걱정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이 0.65명까지 떨어졌다. 1960년 5.95명에서 90% 가까이 급감한 것이다. 이대로라면 2040년께 인구 5000만명 선이 깨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요 연구기관은 이 같은 저출산이 이어지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50년께 0%대에 진입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미국 오픈AI에서 대화형 인공지능(AI) 챗봇 '챗GPT'를 공개하면서 맬서스의 빗나간 인구 예측이 떠올랐다. AI가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창조’의 단계로 진입한 것으로, 기존 AI 모델 대비 언어의 맥락을 더 정교하게 이해하고 오류를 스스로 수정하는 등 고도화된 기술력을 보여주면서다. 이 같은 기술의 발전은 산업 생산력을 높이고 성장률을 끌어올려 인구 위기론을 뒤집을 수 있다는 희망회로를 돌려본 것이다. 맬서스가 인간의 잠재력을 간과한 것처럼, 인구소멸 위기도 비약적인 기술의 발달로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실제 최근 유통 현장에서는 AI를 활용한 로봇이 인력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bhc치킨은 최근 튀김 제조용 로봇 ‘튀봇(TuiiBot)’을 30여개 매장에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한화푸드테크는 지난 2월 피자 로봇 시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미국 로봇 피자 브랜드 ‘스텔라피자’를 인수했다. 이 브랜드의 피자 로봇이 12인치 크기의 제품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5분 남짓이다. 단체급식 전문기업 CJ프레시웨이는 구내식당 110여곳에 자동화기기를 도입해 재료 손질부터 조리까지 로봇을 활용한다. 조만간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로봇이 나올 수도 있다.

다만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늘어도 AI가 경제의 한 축인 소비시장까지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효율적이 인구 정책이 필요하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은 올해 초 발간한 ‘2024 인구보고서’에서 저출산 등의 영향으로 소비시장의 핵심인 생산연령인구가 20년 안에 1000만여명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소비 활력이 떨어져 내수시장 붕괴를 불러오고, 노인 부양 부담이 커져 경제성장 속도가 급속히 둔화돼 저성장이 굳어질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지난 18년간 38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계속 하락 중이다. 향후 20년 안에 출산율이 드라마틱하게 반등할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 한국은 내년부터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시니어 시프트(고령자 중심 경제환경)' 등 새로운 소비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야 한다.

유통경제부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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