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金여사 제3의 장소 조사’ 악수 후폭풍…이원석 총장 '성역없는 수사 원칙 지켜지지 않아'

중앙지검 해명에도 총장 '패싱' 논란
민주당 "김건희 특검법 추진" 한 목소리

검찰이 명품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으로 고발된 김건희 여사를 검찰로 소환해 조사하는 대신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한 데 따른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김 여사 조사에 대한 사전 보고를 받지 못한 사실이 알려져 '패싱' 논란에 휩싸인 이원석 검찰총장은 22일 "성역 없는 수사에 대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국민들께 사과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대기하던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오전 이 총장은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국민들께 여러 차례에 걸쳐서 우리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씀드렸다"며 "그러나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선 검찰청에서 어떠한 보고도 받지 못했습니다만 일선 검찰청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것도 모두 다 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또한 모두 제 책임이다. 국민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조사가 마무리될 무렵 사후 통보를 받은 것에 대해 '총장 패싱' 지적이 나온다"는 질문에 "오늘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게 돼 있다"며 "진상을 파악해 보고 나서 거기에 상응하는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자신의 거취에 대한 질문에는 "2022년 5월23일 대검찰청 차장 시절 검찰총장 직무대리로 일을 시작했다. 오늘이 만 2년2개월이 되는 날이다. 2년2개월이나 검찰총장의 역할을 했기 때문에 제가 이 자리에 무슨 여한이 있고, 또 무슨 미련이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다만 국민과 헌법 원칙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고, 그것이 부족하다고 하면 그때는 제 거취에 대해서 판단해 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각각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지난 20일 김 여사를 서울 종로구 창성동의 대통령경호처 부속청사에서 대면 조사했다.

전날 서울중앙지검은 영부인의 경호 등 문제를 이유로 '제3의 장소'인 중앙지검 관할 내 정부 보안청사로 김 여사를 소환해 조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끝내 김 여사의 검찰 출석을 승인하지 않아 검찰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미 이 총장이 여러 차례 김 여사 수사와 관련, '원칙에 따른 수사'를 강조해온 데다가 수사팀 내부에서도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강했던 만큼 이번 결정은 용산 대통령실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검찰은 경호 문제나 안전상의 우려를 이유로 들었지만 이미 경호 대상인 전직 대통령이나 현직 대통령의 가족들도 검찰에 직접 출석해 조사받았던 전례가 있는 만큼 구실에 불과하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근 검찰에서 나온 한 전직 검사는 "윤 대통령은 조직을 등에 업고 대통령이 된 분 아닌가"라며 "원칙에 따른 수사로 대통령까지 된 분이 왜 이런 모습을 보이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김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할 것이라는 사실을 이 총장에게 사전에 보고하지 않은 것도 논란이다. 전날 중앙지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김 여사 조사는 확실히 예정돼 있었지만 총장의 수사지휘권이 배제된 상태라 보고 대상이 아니었고, 명품백 수수 관련 사건의 경우 조사 여부가 유동적이었기 때문에 사전에 보고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영부인을 여러 차례 소환해 조사하기는 어려운 만큼 김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하기로 결정됐다면 당연히 명품백 수수 관련 조사도 진행될 가능성이 컸던 만큼 총장에게 사전 보고가 이뤄졌어야 했다는 게 대검의 시각이다.

김 여사에 대한 조사를 마친 검찰은 곧 2건의 고발 사건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처분을 내릴 전망이다. 김 여사에게 적용 가능한 처벌 조항이 없는 명품백 사건은 물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사건 역시 검찰이 불기소 처분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이번 검찰의 선택이 야당의 대통령 탄핵과 검찰 해체 추진에 동력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김 여사에 대한 조사 방식이 적절하지 않았다며 관련 특별검사법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가 가진 권한으로 김 여사에 대한 의혹을 엄정하게 규명하겠다"며 "특검법 처리를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호와 안전상의 문제라는 핑계는 애처롭게 느껴지고, 검찰총장까지 패싱 하는 모습에서 오만함과 다급함이 느껴진다"고 맹공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언제부터 검사가 출장 서비스맨이었냐"라며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 때는 국회 법사위원장인 제가 출장 갈 수 없다"고 발언했다. 이어 "오는 26일 청문회 때 (김 여사는) 국회로 증인 출석하시라"라고 말했다.

법사위원인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도 "검찰이 불기소해도 특검이 재수사하는 것에 지장이 없다"며 "특검을 꼭 관철하겠다. 청문회도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부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정치부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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