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총격에 국내 정치권도 자성…'정치 테러, 용납 안 돼'

윤석열 "끔찍한 정치 폭력에 충격"
극단적 갈등과 혐오 정치적 자산화 배격해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총격 사건에 국내 정치권은 총격 사건을 강력히 규탄하는 동시에 증오 정치를 멈춰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끔찍한 정치 폭력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한다. 한국민들은 미국민들과 함께한다"고 밝혔다. 국회서도 반응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시민의 안전과 민주주의를 위협한 트럼프 전 대통령 총격 사건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정치 테러와 폭력은 어떤 이유라도, 어떤 곳에서라도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한 테러가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끔찍한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증오 정치, 정치 테러로 이룰 수 있는 건 없다고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유세를 벌이다가 피격당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러 발의 총격 직후 귀에서 피를 흘리며 긴급 대피했다. 다만 건강상 문제는 없어 예정대로 14일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어제 끔찍한 일로 인해 나의 위스콘신 방문과 공화당 전당대회 일정을 이틀 연기하려 했다"면서도 "총격범 또는 암살 용의자가 일정표나 어떤 것도 강제로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정치 테러가 반복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월 부산 강서구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부지 시찰 후 김모씨(67)로부터 습격당했다. 살인미수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씨는 지난 5일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이 전 대표가 습격당하고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도 습격당했다. 지난 1월25일 중학생 A군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에서 돌로 배 의원의 머리를 가격했다. A군은 특수상해 등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상대 진영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증오 정치가 정치 테러의 이유로 꼽힌다. 이종훈 정치 평론가는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민주주의에서 갈등은 있을 수 있지만 상대방을 인신공격하거나 극단적인 언어를 쓰는 등 증오를 일으키는 정치가 팽배하다"며 "극단적 갈등과 혐오를 정치적 자산으로 삼는 정치인들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 초 국내에서도 정치 테러가 연이어 발생했지만 증오 정치가 더 심해졌다고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외에서 정치 테러가 반복되면서 정치권에선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정치 테러를 강력히 규탄하고 증오 정치를 근절하기 위해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SNS를 통해 "한국에서도 최근 몇 년간 진영 간 혐오가 깊어지면서 정치적 폭력이 발생하고 있다"며 "정치적 폭력과 혐오는 숙의와 대의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고 합리적 의사결정 과정을 무너트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치부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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