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형기자
레고(LEGO). 덴마크에 본사를 둔 글로벌 장난감 대기업 '레고'사에서 개발한 조립형 블록 장난감으로,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매우 유명하다. 제품 이름인 레고가 곧 조립 블록 장난감 그 자체를 지칭하는 고유명사로 쓰이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레고는 단순한 장난감에서 그치지 않는 엄연한 비즈니스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레고 예술품'을 창작, 판매할 수 있는 공식 장인들이 있으며, 이들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극소수만이 활동한다. 이들이 만든 작품은 기업, 테마파크, 전시회 등에서 널리 활약하고 있다.
레고 본사에서 인증한 레고 디자이너들을 일명 '레고 공인 전문가(LEGO Certified Professional·LCP)'라고 한다. 이들은 레고 블록을 이용해 직접 예술품을 설계하고, 심지어 만들어진 작품을 제삼자에 판매할 수 있는 권한까지 가졌다. 레고 본사도 홈페이지 내 LCP 설명란에서 이들을 "성인 레고 기업가"라고 칭할 정도다.
LCP는 전 세계에 단 수십명밖에 되지 않는다. 현재 홈페이지에 등록된 LCP는 단 23명. 북미 3명, 유럽 및 중동 11명, 아시아 태평양 9명이다. 한국인 LCP도 단 두 명에 불과하다.
'레고 오타쿠'를 자처하는 전 세계 수십만명의 팬 중 단 23명만 취득한 자격증인 만큼, LCP 심사 과정은 극히 까다로운 것으로 유명하다. LCP 희망자는 우선 자신이 만든 작품을 레고 본사에 제출해야 하는 것은 물론, 레고 창작 비즈니스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입증해야 한다.
LCP가 되기 위한 정규 훈련 과정이나 커리큘럼, 학과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상상력과 끈기에 의존해 독자적으로 레고 작품을 디자인해 온 장인들이며, 레고를 향한 순수한 열정과 재능만으로 엄격한 심사 테스트를 뚫고 나가야 한다. LCP 한 명 한 명이 어마어마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이유다.
LCP가 만든 레고 작품은 다양한 분야에 쓰인다. 일례로 루이비통 등 명품 기업도 LCP의 레고 작품을 전시하곤 한다. 최첨단 기업들 사이에서도 레고 수요가 있다.
세계 2위의 항공기 엔진 대기업인 롤스로이스는 과거 레고 블록만 조립해서 만든 실제 작동하는 가스터빈을 선보여 청중의 이목을 사로잡은 바 있다.
물론 레고 본사도 레고 작품의 큰손 중 하나다. 레고는 영국계 놀이공원 전문 개발사 '멀린 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레고 블록 테마파크인 '레고랜드'를 서비스 중인데, 이곳의 레고 전시물은 대부분 레고 장인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다.
국내 LCP들도 기업, 정부 부처 등과 손잡고 다양한 작품을 만들고 있다. 일례로 2017년 LCP 자격증을 취득한 김성완 작가의 경우, 2022년 진행된 '2022 홀리데이 시즌 루이비통 메종 서울' 쇼윈도 작업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