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 흉기에 찔렸는데 구경만 하는 中 시민들

공원에서 괴한 습격 받아 숨져
수십 명이 지켜만 보는 현장 영상 공개돼 논란
중국의 '방관자 문화' 재조명

중국의 유명 인플루언서가 공공장소에서 괴한의 흉기에 찔려 숨졌는데, 수십명의 사람들이 적절한 조치 없이 이를 지켜만 보는 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신경보(新京報) 등 중국 현지 매체들은 최근 중국인 인플루언서 A씨(54)가 지난달 30일 중국 지린성 송위안시 한 공원에서 춤을 추다가 괴한의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숨진 A씨는 광장에서 옆구리에 가방을 끼고 춤을 추는 모습으로 인기를 끌며 현지에서 '가방형' '무용신'이라 불린 인플루언서다.

[사진출처=웨이보 캡처]

사건 당시에도 A씨는 공원 광장에서 음악에 몰입해 춤을 추고 있었고, 여러 시민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때 B씨(53)가 갑자기 A씨에게 달려들어 다툼을 벌이다 흉기를 여러 차례 휘둘렀으며, A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출동해 B씨를 체포했다. B씨는 술에 취해 공원에 왔다가 범행을 저질렀으며, 피해자와 일면식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서 B씨는 "춤을 추는 A씨의 눈빛이 불편하다고 느껴 화가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충격적인 점은 A씨가 흉기에 찔려 바닥에 쓰러졌는데도 범행이 일어나는 동안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가해자의 행동을 지켜보기만 했다는 것이다.

웨이보(중국판 엑스) 등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확산한 당시 영상을 보면, 가방을 낀 채 춤을 추는 A씨 주변에는 그를 보기 위해 수십명의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러나 범행이 일어나는 동안 이를 말리는 이들은 없었다. 영상에는 사람들이 팔짱을 끼거나 뒷짐을 지고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는 모습도 담겼다.

논란이 커지면서 웨이보에선 관련 검색어가 한때 실시간 검색 순위 1위에 올랐고, 중국의 '웨이관(방관자) 문화'에 대한 논쟁도 재차 불거졌다. 과거 중국에서는 길거리에서 사고를 당한 사람을 돕지 않고 자신도 피해를 볼까 봐 지켜만 보는 웨이관 문화가 사회 문제가 된 바 있다.

현지 누리꾼들은 "목격자는 많았지만 이를 막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왜 다른 사람이 칼에 찔리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나" "대중의 무관심은 누구의 책임인가" 등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일부는 "함부로 비판할 수 없다. 당신이라면 흉기를 막을 수 있었겠나" "다른 사람의 일에 간섭하는 것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반성해야 하지만 지나친 해석은 금물" 등 목격자들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슈&트렌드팀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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