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제철소 탄소 배출 '0'…수소로 미래 그리는 포스코 철강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 공장
수소 25% 활용해 철 만들어
수소환원제철 2030년 상용화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앞으로 회사 운명을 좌우하게 될 것입니다."(배진찬 포스코 하이렉스추진반장 상무)

지난 24일 경북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FINEX) 공장. 1500도의 쇳물을 뿜어내는 용광로 열기는 먼 거리에서도 얼굴을 뜨겁게 만들 정도였다. 하지만 일반적인 제철소 고로는 아니었다. 포스코가 자체 개발한 파이넥스 유동환원로가 적용됐다. 일반적인 제철 공정은 석탄을 이용해 철광석(Fe2O3)에 붙어있는 산소를 제거, 순수한 철을 만드는데 파이넥스 유동환원로는 25%의 수소와 75%의 일산화탄소를 철광석 환원제로 사용한다. 무탄소 철강의 시험대인 셈이다.

경북 포항제철소 3FINEX(파이넥스) 공장 전경. 포스코는 파이넥스의 유동환원로 기술을 바탕으로 수소환원제철 공법 하이렉스(HyREX)를 개발하고 있다. [사진제공=포스코]

포스코는 여기서 더 나아가 현재 25%에 그친 수소 비율을 100%로 늘려 탄소 배출을 '제로(0)'로 만들려 하고 있다. 이른바 수소환원제철이다. 기존 공정은 환원제로 석탄(C)을 활용하기 때문에 일산화탄소(CO)를 생성하지만, 수소(H)를 이용한 환원 반응에서는 물(H2O)이 생성돼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포스코가 최종적으로 구상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HyREX)'는 파이넥스 유동환원로와 ESF 전기용융로를 함께 사용한다. 고로에선 환원 반응과 환원된 철을 녹이는 용융 반응이 동시에 일어나지만,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환원로'와 '전기로' 두 가지 설비에서 각각 분리돼 일어난다. 하이렉스는 4개의 유동환원로에서 철광석을 순차적으로 수소와 반응시켜 직접환원철(DRI)을 만든 후, ESF 전기용융로에서 녹인 용선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수소환원제철의 핵심, ESF 전기용융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전기용융로는 전기아크로(EAF) 방식이다. 그러나 EAF 전기로는 원료 다양성, 에너지 효율 등을 한 번에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DRI 생산 과정은 철광석의 환원 반응에 집중된 방식이기 때문에 불순물 분리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따라서 전기로 용융 공정에서 더 높은 온도를 구현해 슬래그를 분리·제거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제거되는 철량이 많기 때문에 제강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포스코 ESF 전기용융로 시험설비에서 쇳물이 출선되고 있다. [사진제공=포스코]

이에 포스코는 EAF의 대안으로 다양한 품위의 원료를 다룰 수 있는 ESF 전기용융로를 선택했다. EAF와 달리 ESF 로(爐)내에는 탄소가 일부 존재해 환원 환경이 유지되고, 기존 고로처럼 슬래그 성분제어가 가능한 형태로 설계돼 상대적으로 저품질 DRI를 다룰 수 있다. 박재훈 전기로연구그룹장은 "EAF 전기로 형태는 불순물이 다량 남아있는 DRI 성분 제어가 어려워 고품질 원료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지만, ESF는 저품질 DRI도 사용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번에 처음 공개된 포스코 ESF 전기용융로 시험설비는 올해 초 완공된 이후 지난 4월 첫 출선을 끝냈다. 시험설비가 들어선 현장엔 원료인 DRI를 운반하는 거대한 크레인이 있었다. 박 그룹장은 "크레인은 DRI를 원하는 비율로 섞은 후 설비에 균일하게 넣어주는 작업을 한다"며 "이후 쇳물이 생성돼 설비 내부에 가득 차면 쇳물이 나오는 구멍인 출선구를 열어 빼낸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 50분마다 로를 기울여 쇳물을 빼내야 하는 EAF와 차별화되는 부분이기도 하다"라고 덧붙였다.

시험설비는 생각보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상용화 이후에는 훨씬 크게 확장할 계획이다. 박 그룹장은 "시험설비는 실제 설비의 1/30~1/10 규모에 불과하다"며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ESF 전기로 중 하나인 SNNC의 사각 전기로의 안지름 길이가 40~42m에 달하는데, 우리가 목표로 하는 전기로 크기가 그 정도"라고 말했다.

2030년 상용화 목표…2050 탄소중립에 한발짝

포스코는 ESF 전기용융로 기술 개발을 가속해 30만t 규모의 하이렉스 시험설비를 도입하고 2030년까지 상용화 기술을 완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천하겠다는 선언을 지키기 위한 일환이다.

2030년까지 기존 쇳물을 생산하는 고로 공정을 기반으로 기존 설비 효율을 향상, 전기로를 새롭게 도입해 저탄소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또, 저탄소 기술이 상용화되기 전까지 가교 역할을 할 기술을 활용해 탄소 배출을 점차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이후 2050년에는 본격적으로 하 이렉스로 설비 전환을 이뤄낼 계획이다.

한편, 포스코 그룹은 지난 3월 장인화 회장 체제를 맞은 이후 7대 미래혁신과제를 발표하며 핵심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영체제 전반을 혁신해 초일류 기업 도약을 위한 전기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7대 미래혁신과제 중 '철강 경쟁력 재건'을 위해선 그린 트랜스포메이션(친환경 전환)에서 앞서나가야 한다는 것이 그룹 방침이다.

장 회장은 지난 3월 취임식에서 경제성 있는 저탄소 공급체제 실현,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을 전 공정에 활용하는 '인텔리전트 팩토리' 구축 등 철강 사업의 초격차 경쟁 우위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산업IT부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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