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제도 손질로 전문인력 이동성 확대
디지털 무역·공급망 협력 등 신통상 규범 도입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이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크리스 브라이언트 영국 산업통상부 통상담당장관과 한영 FTA 개선 협상을 매듭지은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부 제공
한국과 영국이 자유무역협정(FTA) 개선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자동차와 K푸드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에 적용되던 원산지 기준이 대폭 완화되고, 전문인력의 영국 입국과 체류를 원활하게 하는 비자 제도 개선, 디지털 무역·공급망 협력 등 신통상 규범도 새롭게 도입된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크리스 브라이언트 영국 산업통상부 통상담당장관과 함께 한영 FTA 개선협상 타결을 확인하는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한영 양국은 영국의 브렉시트(EU 탈퇴) 선언 이후 교역·투자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2011년 발효된 한·유럽연합(EU) FTA와 동일한 내용으로 한영 FTA를 체결, 협정이 2021년 발표됐다. 양국은 FTA 발효 후 2년 내 후속 협상을 추진키로 하고, 작년 초부터 6차례 개선 협상 및 5차례 통상장관 회담을 통해 이견을 좁히는 과정을 거쳐 이날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개정 FTA의 핵심은 원산지 기준 완화다. 한국의 대영 수출에서 가장 비중이 큰 자동차의 경우, 기존에는 당사국 내에서 55% 이상의 부가가치가 발생해야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기준이 25%로 낮아진다. 특히 배터리 원료 수입 비중이 높은 전기차의 경우, 글로벌 핵심광물 수급 불안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FTA 특혜를 적용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푸드와 K뷰티 등 수출 유망 품목에 대한 원산지 기준도 완화됐다. 화장품 등 화학제품은 화학반응, 정제, 혼합 등 주요 공정이 한국이나 영국에서 이뤄지면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됐다. 만두, 떡볶이, 김밥, 김치 등 가공식품의 경우에도 밀가루나 채소 등 원재료를 역내에서 조달해야 했던 요건이 삭제돼, 제3국 원료를 사용하더라도 국내에서 최종 생산하면 무관세가 적용된다.
정부조달과 서비스 시장에서도 성과가 있었다. 영국 고속철도 정부조달 시장이 추가로 개방되면서, 유럽 고속철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인 국내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서비스 분야에서는 온라인 게임 시장이 추가 개방됐고,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기반 신서비스 분야에 대한 법적 안정성도 강화됐다.
비자 제도 개선도 주요 성과로 꼽힌다. 제조공장 설립 초기 단계에서 필요한 엔지니어와 설비 유지·보수 전문인력의 영국 입국이 한층 수월해지고, 영어 능력 요건이 없는 비자 유형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협력업체 소속 인력도 서비스 계약을 통해 영국으로 파견할 수 있어, 국내 기업의 현지 진출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와 함께 디지털 무역과 공급망 협력 등 신통상 규범도 대거 반영됐다. 국경 간 데이터 이전 자유화, 데이터 현지화 요구 금지, 소스코드 제출 요구 금지 등 강화된 디지털 무역 규범이 도입됐으며, AI 분야에서는 공동 연구개발과 투자 확대를 위한 협력 체계가 마련됐다. 희토류, 배터리, 필수 의약품 등 핵심 공급망 교란이 발생할 경우에는 양국 간 핫라인을 통해 10일 이내 긴급회의를 열고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여 본부장은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통상 환경에서 한영 FTA 개선협상 타결은 자유무역 질서를 공고히 하고, 유럽 내 핵심 파트너인 영국과의 경제협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브라이언트 장관도 "이번 합의가 양국의 서비스 산업과 기업 활동을 지원하고 경제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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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는 향후 법률 검토와 협정문 국문 번역을 거쳐 정식 서명 절차를 마무리한 뒤, 국회 비준 동의 등 협정 발효를 위한 후속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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