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슬기나기자
미국 월가의 투자심리가 약 2년6개월 만에 가장 낙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매니저 10명 중 4명 이상은 엔비디아를 비롯한 대형 성장주가 앞으로도 뉴욕증시 랠리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18일(현지시간)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기설문조사(FMS)에 따르면 현금 수준, 주식 배분, 성장 전망을 토대로 한 6월 FMS 투자심리는 2021년 11월 이후 가장 낙관적인 수준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운용사들이 보유한 현금 비율은 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주식 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포지션이 확대된 반면, 채권 투자에 대한 포지션은 2022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17%를 기록했다. 머니마켓펀드(MMF) 재분배로 가장 큰 이익을 얻을 자산군에 대해서는 응답자 32%가 미국 주식을 택했다.
이러한 설문 결과는 최근 엔비디아 등 인공지능(AI) 랠리에 힘입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인 뉴욕증시가 앞으로도 강세장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블룸버그통신은 "투자자들이 기록적 상승세를 보이는 증시에 계속 자금을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주식 랠리를 촉진하기 위한 준비가 돼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공개한 소비자 설문조사에서도 1년 후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낙관론이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었다.
이번 조사에서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을 '가장 몰리는(the most crowded) 거래'로 꼽은 펀드매니저는 전체의 69%에 달했다. 이는 직전 조사의 50%대를 웃도는 것은 물론, 2020년 10월 기술주 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응답자의 41%는 이러한 대형 성장주들이 뉴욕증시 랠리를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 대장주인 엔비디아는 이날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재탈환한 상태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 역시 이러한 AI 열풍과 기업 실적 기대감 등에 힘입어 이날도 상승 마감해 올 들어 31번째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최근 월가에서는 올 연말 S&P500지수 전망치를 상향하는 투자기관들의 움직임도 잇달아 확인된다.
펀드매니저 206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73%는 향후 12개월간 미국에 경기침체가 닥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나리오별로 무착륙과 연착륙을 전망하는 응답자는 각각 26%, 64%로 집계됐다. 급격한 경기 냉각을 뜻하는 경착륙을 예상한 응답자는 5%에 그쳤는데 이는 최저 수준이다.
또한 응답자 10명 중 8명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향후 12개월간 2회 이상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첫 인하 시점으로는 오는 9월을 꼽은 이들이 가장 많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Fed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내릴 가능성을 70%가량 반영 중이다.
이와 함께 발생 확률은 낮지만 한 번 발생할 경우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이른바 '테일리스크'로는 전체의 32%가 '인플레이션'을 꼽았다. 이어 지정학적리스크가 22%, 미국 대선이 16%였다. 인베스팅닷컴은 "전월(41%)보다는 덜하지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투자자들의 주요 관심사"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