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의미래]'도시계획, 소프트 콘텐츠가 중요하다'

김선아 부회장의 지향점, 귀납적
방식의 '마이크로 어바니즘'
소프트 콘텐츠, 사용자 기반 설계
미래 세대 위한 '가변성'도 중요

편집자주'금단의 땅'을 품고 있던 용산이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한 세기가 넘도록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됐던 용산미군기지는 국민 모두의 공간인 용산공원으로 탈바꿈했고 대통령실 이전으로 대한민국 권력의 새로운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며 개발 계획도 본격 시작됐다.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로서의 역할 확대 요구도 이어진다. 서울 한복판, 남산과 한강을 잇는 한강 변 '금싸라기 땅'임에도 낙후된 주거지를 여전히 품고 있는 문제도 있다. 서울이 권력과 기업,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도시로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려면 용산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그런 의미에서 용산은 한국 도시의 현재이자 미래다.

김선아 한국도시계획가협회 부회장(㈜스페이싱엔지니어링 건축사무소 대표)이 도시계획에서 추구하는 지향점은 '마이크로 어바니즘(Micro Urbanism)'이다. 얼핏 들었을 때도 생소한 마이크로 어바니즘이라는 개념에 대해 김 부회장은 "한마디로 '귀납적'인 방식"이라고 표현했다.

마이크로 어바니즘은 '큰 것에서 작은 것으로' 진행되는 지금까지의 도시계획과 구조가 정반대다. 소위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가는 방식이다. 김 부회장은 "이때까지는 큰 공간구조를 만들고, 도로망과 교통 계획을 세운 뒤 작은 것으로 가는 방향이었다"며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도시화가 다 진행됐다. 이 시대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사용자의 수요, 라이프 스타일 등 '소프트 콘텐츠'에서 출발해 물리적 요소를 계획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도시계획가협회 부회장 김선아 스페이싱엔지니어링 건축사무소 대표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용산 개발에서도 김 부회장은 소프트 콘텐츠가 우선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큰 빈 땅이 생기면서 그곳을 어떻게 채울지에 대한 것은 결국 미래에 누가 살 것이며, 어떤 콘텐츠를 넣어야 할지에 대한 고려가 함께 가야 한다"며 "시민들을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미래 수요에 대한 예측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개발 중인 공간에는 '미래를 위한 유보지'를 남겨 놔야 한다는 것이 김 부회장의 발상이다. 세상이 가까운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부회장은 "미래는 (앞으로) 더 빠르게 바뀔 것인데 현재 우리가 하는 도시계획에 그런 것을 얼마나 반영시키고 있는지 큰 의문"이라며 "미래 세대에 맞는 도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다 개발하려고 하지 말고 확실하지 않은 것은 남겨둬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미래 공간의 핵심은 '가변성'이라고 봤다. 고정돼 있지 않고 변형될 수 있는 공간이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에 수요가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김 부회장은 "중심업무지구(CBD)같은 경우 일과시간이 끝나고 밤이 되면 텅 빈 곳인데 입주자들은 24시간 계약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렇게 남은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쓸지 유연하게 상상하면 '용적률 상향'은 오히려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김 부회장은 이러한 가치가 서울이 지닌 역동성과 만나 향후 국제적 도시로 발돋움하는 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한때는 서울이 가진 역동성과 유연한 변화 가능성이 단점으로 비치기도 했다"면서도 "지금의 변화에 유연한 서울은 21세기 트렌드에 딱 맞다. 그것을 장점으로 삼고 선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사회부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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