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진기자
일본 규슈전력이 구마모토현에 공장을 짓고 있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에 발맞춰 빠르게 전력을 보강하고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망 구축을 두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업체의 고민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은 전력 등 반도체 공급망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1일 규슈전력이 100억엔(약 876억원) 이상을 들여 변전소 2개소를 증강하고 대기업 전용 송전선을 신설하는 등 반도체 공급망 구축 과정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공장은 데이터센터, 제철소 등과 함께 전력 소비가 많은 대표적인 시설로 꼽힌다. 24시간 365일 가동되는 반도체 공장 특성상 안정적인 전력망은 필수다.
구마모토 내 일부 변전소에 변압기를 확대 설치해 일부는 내년 6월, 일부는 2027년 가동할 계획이다. 변전소 두 곳에 변압기 추가 설치로 전력 124만 킬로와트가 증강될 예정이다. 규슈전력은 지난해 6월 TSMC 구마모토 공장 전용 송전선을 신설해 지난 2월 가동을 시작한 제1공장에 전력을 보내고 있다.
규슈전력은 2021년 5월 송전선 증설 관련 조사를 시작해 2년 만에 증설을 완료했다. TSMC가 2021년 10월 구마모토에 공장을 짓겠다고 처음 발표했던 점을 감안하면 TSMC와 구마모토가 관련 논의를 하는 중 먼저 전력 보완의 필요성을 느끼고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규슈전력 관계자는 "TSMC의 정보를 바탕으로 (전력망을) 설계하고 있다"며 2027년 가동 예정인 제2공장의 전력 사용분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객이 강하게 바랐고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공사 기간을 최대한 단축했다"며 "변전소 두 곳의 증강을 합친 설비 투자만 100억엔을 웃돈다"고 덧붙였다.
규슈전력은 TSMC 공장 외에도 관련 협력업체 공장이 신청한 송전선 확장을 검토할 계획이다. 규슈 전반에 걸쳐 반도체 공급망이 새롭게 구축되는 만큼 규슈전력은 구마모토현 외에 관련 기업을 위한 송전선 신설 가능성을 열어뒀다. 또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문의도 이어지고 있어 관련 전력망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규슈전력 측은 밝혔다.
규슈전력 관계자는 "구마모토현만 전력 수요가 2027년까지 수십만 킬로와트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구마모토현의 인구가 감소해 가정용 전력 소비량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반도체나 데이터센터 관련 수요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