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롯데의 유통역량 쏟은 '타임빌라스 수원'

8개월 리뉴얼… 롯데몰 수원점의 변신
점포 개편·F&B 매장 확대에 초점
키즈·MZ세대 겨냥한 공간은 부족해

30일 수원역의 뒷문으로 불리는 수원역환승센터로 나오자 거대한 복합쇼핑몰이 눈에 들어왔다. 롯데그룹의 새로운 프리미엄 복합쇼핑몰 '타임빌라스 수원'이다.

이날 프리오픈한 타임빌라스 수원은 기본 골격은 과거 롯데몰 수원점과 비슷했지만, 고객 동선을 흐름에 맞게 새로 디자인하고 바닥재, 마감 소재 등 인테리어를 고급화했다. 기존 백화점과 쇼핑몰로 이분화된 경계를 허물고 오픈된 하나의 공간으로 꾸민 점도 시각적으로 시원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시간도 머물고 싶은 공간'이라는 철학 아래 재단장한 것"이라고 전했다.

경기 수원역사 뒷편에 위치한 타임빌라스 수원 전경. /조성필 기자 @gatozz

롯데, 프리미엄 복합쇼핑몰 '타임빌라스' 수원상권 재공략

수원역은 경기도 내 역사 가운데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다. 수도권 전철 1호선과 지하철 수인분당선, 경부선, KTX 등 4개 노선이 지나는 경기남부 교통 요충지다. 하루 유동인구만 10만명에 달한다.

타임빌라스 수원의 전신 롯데몰 수원점은 2014년 문을 열었다. 당시 롯데몰 수원점은 수원은 물론 경기남부권역에서 '유통혁명'으로 불렸다. 백화점과 쇼핑몰, 마트, 영화관이 한 곳에 입점한 복합쇼핑몰이 사실상 전무했다. 인근 수원역사에 애경백화점이 자리잡았지만, 규모 면에서 비교불가였다.

롯데몰 수원점 개점을 앞두고 지역상인연합회 등에선 생존을 위협받는다며 피해보상으로 롯데 측에 500억원을 요구한 점은 당시 롯데몰의 입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개점 이후 롯데몰 수원점은 지역주민들의 쇼핑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주말이면 롯데몰 수원점을 찾는 차량으로 주변 도로가 마비될 정도였다.

하지만 애경백화점이 AK플라자로 명칭을 바꾸고 쇼핑몰로 몸집을 키웠고, 올해 신세계그룹은 인근에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수원'을 오픈했다. e커머스 시장의 성장과 소비 트렌드가 바뀌면서 오프라인 매장은 물건을 구입하는 장소를 넘어 즐거운 경험을 제공할 때 집객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롯데가 10년만에 롯데몰 수원점을 새단장한 배경이다.

이날 타임빌라스 수원을 방문한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역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은 백화점이다, 쇼핑몰이다 하는 채널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시대"라며 "롯데가 가지고 있는 많은 자산들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기존점과 새 사이트를 쇼핑몰을 확장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30일 타임빌라스 수원을 방문한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조성필 기자 @gatozz

350여개 매장 개편…F&B 강화

타임빌라스 수원에 전시된 네덜란드 작가 드리프트의 '메도우'<br /> /조성필 기자 @gatozz

롯데백화점이 이번 리뉴얼에서 특히 힘을 준 것은 매장 개편이다. 신규 점포를 여는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350여개를 뜯어고쳤다. 현재 80% 정도가 개편을 마쳤다고 한다. 개편 과정에선 글로벌 패션 브랜드도 확대했다. 이미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자체브랜드(PB)인 무신사 스탠다드가 입점했고, 기존에 없던 글로벌 패션 브랜드 9개도 신규로 유치했다. 명품 브랜드 겐조와 베르사체, 스위스 시계 브랜드 태그호이어 등이 2층에 들어섰고, 영국 명품 브랜드 멀버리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투미, 스마트폰 케이스 브랜드 케이스티파이가 수원 상권 최초로 입점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식음료(F&B) 매장이었다. 과거 프랜차이즈 중심의 매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기 맛집 위주로 탈바꿈했다. '보양쌀국수'라는 차별화된 콘셉트의 SNS 맛집 '땀땀', 한우 대창 전골로 유명한 웨이팅 맛집 '호랑이굴', 가로수길에 위치한 유명 베트남식 레스토랑 '콴안다오' 등 26개 매장이 새로 들어섰다. 이 가운데 회전초밥집 '코노미스시', 홍콩 현지식 레스토랑 '호우섬' 등은 수원 지역에 처음 소개되는 맛집이다. 롯데 측은 향후 랜디스 도넛, 고든램지 스트리트 버거 등을 추가로 문을 열어 연내 식음료 매장의 새단장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타임빌라스 수원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이 같은 변화가 반가운 눈치였다. 지역 주민이라는 김지혜씨(44)는 "집이 가까워 롯데몰 수원점을 곧잘 왔는데 재단장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며 "식당이 다양해 주말에 자주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재희씨(22)는 "무신사와 같은 트렌디한 브랜드가 많이 입점한 것으로 보인다"며 "온라인으로 눈여겨본 상품을 직접 찾아 사이즈 등을 확인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타임빌라스 수원의 푸드홀 '다이닝 애비뉴' /조성필 기자 @gatozz

타임빌라스 수원이 주말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은 점을 고려했을 때, 아이들을 위한 특화 공간이 부족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롯데백화점 측은 이번 리뉴얼을 통해 영유아 도서·교구 체험 매장인 '킨더 스튜디오' 등을 6층에 새롭게 만들었다. 하지만 3층에 자리한 레고 스토어의 경우 수원 화성의 화홍문을 형상화한 놀이공간을 마련했으나, 동시 체험 인원이 10명으로 제한돼 규모 면에서 한계를 보였다.

교통 혼잡도 우려됐다. 타임빌라스 수원 전신인 롯데몰 수원점은 과거 쇼핑몰 인근 옥외에 차량 9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 부지를 확보했다. 그러나 최근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이 주차장 부지에는 예식장 등이 들어섰다. 타임빌라스 수원 내부 주차장은 2400여면으로, 인근 스타필드 수원(3390면)과 비교해 약 30% 적은 수준이다.

유통경제부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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