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다연기자
강원도의 산천을 담은 '바우길'은 자연적이며 인간 친화적인 산책 코스다. 대관령 옛길을 걷는 강릉 바우길 2코스는 신재생에너지전시관을 시작으로 국사성황당, 반정, 옛 주막터, 우주선 화장실, 보현사 버스 종점에 이르도록 구성됐다. 약 7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총 길이 13.4㎞의 코스로 난이도는 중간 정도다. 초반 30분가량의 오르막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완만한 내리막길이기에 힘들지 않게 길을 즐길 수 있다. 2코스는 골짜기를 따라 걸으며 산을 비집고 흐르는 계곡과 생생한 산의 줄기를 살펴볼 수 있다.
대관령 옛길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옛길 중 하나로, 많은 역사가 담겨있어 2010년엔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로 지정되기도 했다. 신사임당이 어린 율곡의 손을 잡고 친정어머니를 그리며 걸었던 길이고, 율곡의 친구 송강 정철도 이 길을 걸으며 관동별곡을 쓰기도 했다. 또 김홍도는 대관령 옛길의 중턱에서 대관령의 경치에 반해 화구를 펼쳐놓고 '대관령도'를 그렸다. 우리나라 최대의 자연휴양림이 있는 길이기도 하다. 역사를 훑어보며 가족과 함께 걸어보자.
신재생에너지전시관을 바라보고 좌측으로 출발 육교를 건너서 코스를 시작하면 된다. 출발점은 바우길 1코스와 동일하다. 양떼 목장 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1구간 분기점이 나온다. 본격적인 코스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내리막길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국사성황당이다. 고즈넉한 숲속에서도 영험한 기운이 풍기는 성황당을 둘러보며 범일 국사의 설화를 떠올려볼 수 있다.
국사성황당을 지나고 나면 본격적인 굽잇길이 시작된다. 사람들이 많이 넘나들어 자연스레 다져진 흙길을 밟으며 그 흔적을 느껴볼 수 있다. 조금 지칠 때쯤이면 옛 주막터에 있는 초가집을 만날 수 있다. 복원된 집이지만 제법 옛 향기와 운치가 묻어나온다. 먼 옛날 대관령을 넘는 이들의 고단함을 씻어주었을 이곳에서 현재의 바우길을 걷는 우리들도 잠시 쉬어갈 수 있다. 널찍한 평상이나 바위로 만들어놓은 연못은 쉼터의 역할을 해준다.
이어서 나타나는 활엽수림 길엔 굴참나무와 신갈나무 등이 가득하다. 걷다 보면 크고 작은 계곡들이 있어 더운 여름날엔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잠시 쉬어가도 좋다. 길의 말미에는 우주선의 형상을 한 화장실이 서 있다. 그 자리는 바로 과거에 부사들이 강릉으로 부임 받아 올 때 고갯길이 너무 험해서 한 번, 임기를 마치고 돌아갈 때 아쉬워서 한 번 그렇게 두 번 우는 고개라는 뜻의 '원울이재'다.
여기서 바우길 2코스는 다시 두 개의 구간으로 나뉜다. 옛길의 매력을 좀 더 느끼고 싶다면 반정 방향으로 노선을 정하고 5.6㎞를 더 걷는다. 만약 힘이 든다면 1.2㎞만 더 가면 되는 대관령 박물관 방향으로 가도 된다. 반정 방향으로 걷기로 결정했다면 원시림이 잘 보존된 산림을 감상해보자. 자연을 느끼다 보면 잡곡 마을창고와 바우길 농원을 지나 도착점인 보현사 버스 종점에 다다르며 오늘의 코스는 이렇게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