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진법조전문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의 비선 실세로 알려졌던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에 대해 각종 확인되지 않은 허위사실을 유포해 최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23일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안 의원의 변호인은 이날 오전 수원지법 형사19단독 이재현 판사 심리로 열린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 1차 공판기일에서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취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6년 12월 피고인이 유튜브 방송에서 발언한 취지는 '독일 검찰도 최순실의 자금세탁 수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라며 "재판부가 그 취지에 주목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피고인의 발언 취지는 한국 특검에게도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는 내용이었으며. 한국과 독일 간 공조 수사가 필요하다는 취지였다"라며 "실제 한국 검찰은 정식으로 독일 검찰에 수사 공조 요청을 접수했다"고 덧붙였다.
안 의원 측은 "공조수사 결과로 최씨의 일부 자산이 압류까지 되는 등 피고인의 발언으로 공익 목적이 실현된 게 확인됐다"며 "전 국민적 관심거리가 된 은닉재산 찾기를 대변한 것이지 개인적인 명예훼손 고의나 목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2016~2017년 각종 방송 매체 등에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발언해 최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안 의원은 "최순실의 독일 은닉 재산이 수조원이고 자금세탁에 이용된 독일 페이퍼컴퍼니가 수백개에 달한다는 사실을 독일 검찰로부터 확인했다", "최순실이 외국 방산업체의 회장을 만나 무기 계약을 몰아줬다", "스위스 비밀계좌에 입금된 국내 기업의 돈이 최순실과 연관 있다" 등의 발언을 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안 의원은 독일 검찰이나 외국 방산업체 등을 대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이 같은 발언들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는 안 의원의 이러한 발언이 모두 거짓이라며 2019년 9월 안 의원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수원지검으로 이송했다. 앞서 2017년 한 보수단체도 같은 혐의로 안 의원을 고소했는데 안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오산경찰서가 수사해 수원지검에 송치했다. 두 사건을 병합해 수사한 수원지검은 안 의원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가 있다고 보고, 지난해 11월 안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최씨는 안 의원의 기소 이후 또 다른 발언 내용으로 추가 고소했으나, 이번 재판에는 병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추가 고소장에서 "안 의원이 2017년 6월 경기 화성시에서 연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최순실이 장시호에게 안민석을 때려잡아야겠다. 안민석을 탈탈 털어야겠다고 지시했다'는 등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명(친이재명)계 5선인 안 의원은 지난 4·10 총선에서 당 공천을 받지 못해 6선에 실패했다. 그는 지역구인 경기 오산을이 전략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컷오프(공천 배제)된 것에 반발해 재심을 신청했으나 결국 당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헌법 제45조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정하고 있다. 현역 의원 신분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한 발언들이 문제된 만큼 안 의원이 국회 내에서 한 발언들은 직무상 발언으로 인정되면 면책특권이 적용되겠지만, 안 의원이 국회 밖에서 방송 등에 출연해 한 발언들의 경우 허위라는 점과 명예훼손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검찰은 최씨 등 2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오는 6월 18일 진행되는 2차 기일에는 최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