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길기자
문화재청이 지난해 12월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된 경복궁 담장을 복구하기 위한 보존 처리를 재개한다. 작업을 마치면 투입된 비용을 산정해 낙서범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다.
문화재청은 18일부터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주변 궁장(궁궐 담장) 일대에서 2차 보존 처리 작업을 시작한다고 17일 전했다. 18∼19일 이틀간은 영추문 주변에서, 22∼24일 사흘간은 박물관 쪽문 주변에서 예비실험을 거친 화학적 방법을 적용한다.
작업 구간은 모두 12~13m. 피해를 본 구간인 36.2m의 3분의 1 수준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지난 1월부터 3개월 동안 매주 궁장의 표면 상태를 확인한 결과를 토대로 추가 보존 처리 범위와 방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작업에는 국립고궁박물관 유물과학과 전문가 열네 명이 투입된다. 지난해 1차 작업은 긴급 보존처리에 가까웠다. 스프레이가 석재 내부로 침투하지 않도록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데 주력했다. 이번에는 미세하게 남아있는 세부 흔적을 지우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스프레이 오염물질은 제거됐으나 일부 구간에서 육안으로 흔적이 확인되는 상태”라고 부연했다.
작업에는 젤란검과 아세톤이 사용된다. 젤란검은 천연성분이 포함된 고분자 물질이다. 접착성과 점도가 우수해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등에서 문화유산 보존처리제로 쓴다. 아세톤은 일상에서 페인트를 지울 때 자주 사용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보존처리 효과를 사전에 검증하고, 현장 적용을 위한 적정 농도를 설정했다”고 말했다.
작업 비용은 전문 인력 인건비, 재료비 등이 추가돼 1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문화재청은 감정 평가 전문기관을 거쳐 정확한 비용을 산출하고, 낙서범들에게 손해 배상 비용을 청구할 방침이다. 경복궁이 조선 왕조의 법궁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인 만큼 훼손 행위에 강경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과 안내 배너 추가 설치, 관련 순찰 강화 등 재발 방지 계획을 세워 비슷한 훼손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