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정기자
오지은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4·10 총선 참패 이후 향후 국정 쇄신 구상에 몰두하는 가운데 후임 국무총리·비서실장 후임에 문재인 정부 요직을 차지했던 야권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됐다. 인적 쇄신 폭이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날 윤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뜻을 잘 살피고 받들지 못해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직접 입장 표명을 한 만큼 향후 예상을 뛰어넘는 인적 쇄신을 통해 변화의 의지를 보여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17일 국무총리와 비서실장에 각각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유력 검토되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부인했다. 앞서 일부 언론은 이날 대통령실 관계자를 인용해 윤 대통령이 인적 쇄신을 위해 최근 사의를 표명한 한덕수 국무총리, 이관섭 비서실장 후임으로 각각 문 정부 출신의 박 전 장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 전 원장을 유력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 전 장관은 4선 여성 의원 출신으로 문 정부 시절 중기부 장관을 지냈고, 양 전 원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낸 후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 선거 캠페인을 사실상 주도했다. 하마평에 오른 두 인사는 실제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부터 친분이 있었고,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진 만큼 해당 보도 사실 여부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됐다.
예상을 뛰어넘는 인사 카드에 후폭풍이 거세자 대통령실은 직접 해명에 나섰다. 대변인실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박 전 장관, 양 전 원장 등 인선은 검토된 바 없다"고 밝혔다. 야당과의 협치(協治)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만큼 일각에서 하나의 검토안으로 제시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지만 실제 기용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대통령실 입장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인적 쇄신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뜻 아니겠느냐"라면서 "총선 참패 위기를 타개하고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개혁 과제들의 이행을 위한 첫 인사인 만큼 열린 자세로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후임 국무총리·비서실장 인선은 향후 국정 운영에 대한 '가늠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인선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마평에 오르는 여권 중진 인사들의 경우 정치적 이해관계 등을 고려해 적극 고사하면서 난국을 돌파할 '묘수' 카드를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문 정부 최측근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대통령실이 이를 부인하는 입장까지 발표한 상황은 그만큼 인사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는 용산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총리 후보군으로는 야당에서 주요 당직을 고루 거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을 비롯해 대구 수성갑에서 6선에 오른 판사 출신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등이 거론되지만 아직 가닥이 잡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서실장 후보군에는 김 위원장을 비롯해 인천 계양을에서 낙선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충청 출신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이번 총선 때 전남에서 출마했다 낙선한 이정현 전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올랐다.
박지원 민주당 전남 해남완도진도 당선인은 이날 오전 박 전 의원·양 전 원장·김종민 의원 등 야권 인사들의 하마평에 대해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서 탈당하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영수회담을 거쳐 거국내각을 구성하고자 한다면 민주당이 인준에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임기 초에는 이명박(MB) 계열 뉴라이트만 기용해 'MB 아바타' 소리를 듣더니 이제는 '문재인 아바타'냐"라며 "왜 취임 초부터 보수 계열 인사들을 당내에서 그렇게 탄압하고 내쫓았는지 알겠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