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중동전쟁' 전운…중동發 오일쇼크, 세계 경제 덮치나

이란, 이스라엘 본토 첫 공습
전면전 시 호르무즈 해협 봉쇄·유가 급등 우려
배럴당 130달러 돌파 전망도
인플레 자극, 금리 인하 지연 우려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습으로 '5차 중동전쟁' 위기가 점화되면서 중동발(發) 오일쇼크 공포가 글로벌 경제를 덮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돌파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이스라엘의 대응 방식과 수위, 전면전 여부에 따라 향후 국제유가 흐름이 결정될 전망이다. 미국과 주요 7개국(G7) 등이 확전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가운데 중동 위기가 확전 양상을 띨 경우 유가 급등, 고물가로 인한 금리 인하 지연으로 글로벌 경제가 충격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중부에서 이란으로부터 발사된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이스라엘 아이언 돔 방공 시스템이 발사되고 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이란이 이스라엘에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가한 후 테헤란의 영국 대사관 앞에 모인 시위자들이 이란의 국기와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고 있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 따르면 이스라엘·이란의 직접 충돌 사태로 지정학적 위험이 가중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 들어 이미 20% 상승한 WTI…호르무즈 봉쇄 시 급등 가능성

국제유가는 이미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연장과 멕시코의 수출 축소 등 공급 우려와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으로 급등세였다. 글로벌 원유 가격 벤치마크인 북해산 브렌트유는 지난 12일 6월물 기준 92.18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5월물 기준 85.66달러로 마감해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만 약 20% 뛰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이 지난 1일 시리아 주재 영사관을 먼저 폭격한 이스라엘을 상대로 13일 사상 첫 본토 보복 공격을 감행하면서 중동 정세는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대(對)이란 보복에 나서고, 두 국가의 충돌이 격화돼 이란이 중동 산유국의 수출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유가는 더 치솟을 전망이다. 이란은 이미 이스라엘 본토 공격 전날 호르무즈 해협에서 포르투갈 선박을 보란 듯 나포해 사전 경고에 나섰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반되는 석유·액화천연가스(LNG)는 전 세계 운반량의 20%가량에 달해 이란이 해협을 봉쇄할 경우 국제 원유시장에 미칠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가 130달러까지 급등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973년 이집트가 이스라엘을 기습 침공하며 일어난 제4차 중동전쟁 당시 중동 주요 산유국이 석유 수출을 금지하며 유가가 급등한 적이 있다.

앞서 래피던 에너지의 밥 맥널리 대표는 "이란이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할 경우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며 "이번 사태로 석유 주요 무역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방해받을 경우 유가는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유가 급등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미 연방준비제도(Fed) 등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 역시 늦출 수 있다. 이는 글로벌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고 물가만 뛰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는 관측이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닐 시어링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중동 사건으로 Fed가 금리 인하에 더 조심스러운 접근을 채택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고유가, 강달러에 따른 물가 충격과 무역수지 악화, 금리 인하 지연으로 경기 회복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스라엘 대응에 달린 세계 경제 향방…국제유가·안전자산 흐름 달라질 것

길라드 에단 유엔주재 이스라엘 대사가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중동 정세 관련 회의에서 안보리 회원국들에게 미사일 공격 동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관건은 확전 여부다. 이스라엘의 대응 수위에 국제유가를 비롯한 세계 경제의 향방이 달려 있다. 이란은 이미 자국 대사관 공격에 따른 보복 조치라며 공격 수위를 조절하고, 방어 작전을 지속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상태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은 이란을 규탄하면서도 이스라엘 등 당사자에 중동 내 확전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다만 현재 이스라엘 전시 각료 다수는 이란에 대한 보복 조치에 찬성하고 있으며 대응 시기와 강도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어 향후 상황을 예단하기 어렵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이날 "이란과의 대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UBS 그룹 AG의 조반니 스타우노보 애널리스트는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에서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은 처음으로 개장 직후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며 "다만 유가 급등 지속 여부는 이스라엘의 대응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 국채, 금, 달러 등 안전자산으로 투자자들이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국채, 금, 달러 등 안전자산으로 투자자들이 몰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플러리미 웰스 LLP의 패트릭 암스트롱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런 순간 피난처 자산을 찾는 건 투자자들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며 "투자자들의 반응은 이스라엘의 대응에 달려 있다. 이스라엘이 위험을 더 고조시키지 않는다면 위험자산을 더 낮은 가격에 살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제부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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