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취재본부 이세령기자
“아들과 함께했던 친구, 선후배들이 아들의 꿈까지 이뤄주길 바랍니다.”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아들의 이름으로 그의 모교에 대학발전기금을 전달한 아버지가 바람을 전했다.
아버지 손명동 씨는 지난해 12월 21일 아들인 성혁 씨를 심장마비로 잃었다.
창원대 경영학과 2019학번 학생인 성혁 씨는 착실하게 대학 생활을 했으며 전체 평점 4.3을 기록할 정도로 학업 성취도도 높은 편이었다.
성실한 학생이었던 그는 세상을 등지던 그해 겨울방학에도 자기 계발과 취업 준비에 노력을 쏟고 있었다.
38살에 얻은 늦둥이 외아들을 잃은 아버지 손 씨는 한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채 슬픔에 빠졌다. 그러나 이내 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기 시작했다.
손 씨 부부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부부는 아들이 다니던 대학에 아들의 이름으로 대학발전기금 1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그것이 아들의 못다 이룬 꿈을 아들의 이름으로 대신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성혁 씨 모교인 국립창원대 측은 성혁 씨 부모님의 뜻을 기리고자 8일 오전 대학발전기금 기탁식을 마련했다.
성혁 씨에게 대학 최초로 명예졸업장을 수여하고자 명예 졸업증서 수여식을 열고 캠퍼스에 기념식수도 심었다.
기탁식에는 성혁 씨의 아버지 손명동 씨와 박민원 총장, 교직원, 성혁 씨의 학과 친구 등이 함께했다.
기탁식 후에는 박 총장이 아버지 손 씨와 함께 아들 성혁 씨가 식사하던 학생회관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성혁 씨의 동기 김은호 학생은 “성혁이는 과묵하면서도 늘 따뜻했다”며 “학과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맡은 역할도 성실하게 하면서 주변 친구도 살뜰하게 챙기는, 항상 고마운 친구였다”라고 회상했다.
아버지 손 씨는 “우리 집 외에 아들이 가장 사랑했던 장소를 생각해 봤다. 그건 청춘이 머물렀고 열심히 배우고 생활했던 대학 캠퍼스였다”라며 “아들은 대학에서 키운 꿈을 채 피우지 못했지만, 우리 아들과 같은 열정으로 최선을 다하는 창원대생과 대학을 위해 발전기금을 출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밀알과 사회의 밑거름이 될 후배들을 위해 작게나마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쁘다”며 “아내와 상의해서 앞으로도 대학발전기금을 조성해 나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박 총장은 “채 꽃피우지 못한 손성혁 군의 슬픔이 아버님의 대학발전기금 기탁으로 인해 더 큰 의미로 승화될 것”이라며 “총장으로서 다른 무엇보다 학생 중심으로 대학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배우고 깨달았다”고 했다.
이어 “이번 대학발전기금은 손 군의 후배들이 손 군이 못다 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그 꿈이 실현되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