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정기자
이기민기자
서민들의 전세자금 마련을 위한 버팀목 전세대출의 소득 기준이 대폭 완화된다. 신혼부부의 경우 기존 7500만원이었던 부부소득 합산 기준이 1억원으로 상향된다. 신생아 출산 가구 특례대출 부부 합산 소득 기준도 기존 1억3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된다. 아울러 국내 거주 중인 외국인 유학생과 결혼 이민자 가족이 가사·육아 분야에 취업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오전 대통령실 자유홀에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민생을 챙기는 정부'를 주제로 경제분야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청년의 주거지원 강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지난 2일 사회분야 회의에 이어 경제분야 실천과제 이행과 향후 계획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윤 대통령은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관련 "일부 정부 지원 사업의 기준이 신혼부부에게는 오히려 결혼 페널티로 작용한다는 청년들의 지적이 있다"면서 "이번에는 이를 확실하게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신혼부부 소득기준 7500만원 →1억원 ▲ 신생아 출산 가구 특례대출 부부 합산 소득기준 1억3000만원→2억원 ▲근로장려금의 부부 합산 소득기준 3800만원 이하 → 4400만원 이하로 상향 조정된다.
윤 대통령은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개인 소득 기준이 연 5000만원 이하인데, 신혼부부는 두 사람을 합쳐 7500만원이 기준이어서 대출을 받기 위해 혼인 신고를 미루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면서 "앞으로 신혼부부에 대한 소득 기준을 1인당 각 5000만원씩 합해서 1억원으로 올리겠다"고 설명했다.
맞벌이 부부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국내 거주 중인 외국인 유학생과 결혼 이민자 가족이 가사·육아 분야에 취업할 수 있는 방안도 적극 강구한다. 윤 대통령은 "무엇보다 맞벌이 부부들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법무부와 고용부 등 관계 부처에서는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분들에게 안심하고 부모님들이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대책을 수립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국내에 이미 거주 중인 16만3000명의 외국인 유학생과 3만9000명의 결혼 이민자 가족분들이 가사 육아 분야에 취업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가정 내 고용으로 최저임금 제한도 받지 아니하고 수요 공급에 따라 유연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은 미조직 근로자들의 권익 증진은 국가가 관심을 갖고 직접 챙겨야 한다며, 고용부에 '미조직 근로자 지원과'를 신설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할 수 있는 하위법령 개정은 상반기에 최대한 마무리하고, 늦어도 올해 안에는 모두 끝낼 계획"이라며 "국회 계류 중인 민생법안은 21대 국회 임기 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마트가 평일에 쉬도록 하는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개정, 통신 요금 인하를 위한 단말기 유통법의 폐지 이런 것들은 모두가 중요하고 시급한 법안들"이라며 "민생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담은 법안들은 최대한 빨리 준비해서 22대 국회가 구성되면 바로 제출하고 신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기업 밸류업 지원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노인복지주택·실버타운 활성화를 위한 노인복지법 개정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한 윤 대통령은 올해 예산으로 할 수 있는 사업들은 예산 집행 속도를 높여서 즉시 집행하고, 내년 추진할 사업들은 빠짐없이 예산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월 24차례 개최된 민생토론회 관련 "우리 정부가 가장 달라진 것은 정책 어젠다를 정책 공급자인 정부의 시각에서 결정하지 않고, 정책 수요자인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국민의 입장에서 어젠다를 발굴해 추진한다는 것"이라며 "국민의 삶이, 국민들께서 변화를 직접 체감하고 만족하실 때까지 앞으로도 민생토론회를 통해 국민 여러분과 긴밀하게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민생토론회를 통해) 행정이라는 게 입체적·복합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 확실히 보여줬다고 언급한 윤 대통령은 업무 스타일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노고가 많다고 격려했다. 윤 대통령은 "(공무원 과로로) 고용노동부 고발당하지 않을까. 그렇지만 고발하십시오. 퇴임 후에 제가 형을 받겠다"고 웃었다.
공매도 금지 정책도 당분간 이어갈 방침임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공매도 폐지할 때 글로벌 스탠다드 맞지 않아 외국인 투자가 줄지 않을까 했는데 기우였다"면서 "최근 주식시장에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는 것을 보니 공매도 폐지 정책이 옳았다"고 진단했다. 다만 "불법 공매도 통제 전산시스템이 구축되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가도 상관없지 않겠냐"라면서 "전산시스템 구축을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단계가 될 때까지 폐지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의 발 빠른 청년주택정책과 신설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청년 주거 문제가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다"고 지적한 윤 대통령은 "한 부처가 독점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총괄 조정하고, 예산도 총괄 조정해야 효과적인 정책 나올 수 있어 신설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과정에서 청년 보좌역 역할 중요했다고 평가한다"면서 "청년 보좌역 중심으로 젊은 공직자들이 주변에서 봐서 모든 분야에서 결혼 페널티에 해당하는 건 다 폐지해 나갑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교육 개혁을 위해서는 교육부가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교육부의 교육 개혁이 여러 방향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교육부가 교육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교육부는 앞으로 개별 현안에 대해서 지휘감독할 게 아니라 교육 시스템을 바꾸는 일만 한다는 식으로 개혁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은 농업 관련 "농촌 혁신이 중요하지만 농촌 구조개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농촌개혁이 박정희 전 대통령 때 추진한 새마을 운동인데 제2새마을 운동으로서의 농촌개혁 운동이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소상공인 부담 경감을 위해 금융권과 정부가 2조3000억원 규모의 이자환급·대환 대출 등 상생프로그램이 진행된 것과 관련해 은행권에 감사를 표했다. 그간 은행이 이자 장사를 한다고 강경한 반응을 보였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그간 여러 차례에 걸쳐 은행이 안정적인 사업구조에 기대어 혁신과 경쟁 없이 막대한 이자 이익을 거두면서도 국가와 국민에 대한 책임에는 소홀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정책을 만들고 금융권이 신속하게 협조해 자영업자·소상공인·중소기업이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는 점을 부각하며 향후에도 사회적 책무를 다해달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도 "앞으로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금융 소비자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은행권에서 많은 역할을 해 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대출갈아타기·소상공인 저금리 대환대출 등 제도를 만든 정부에게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실무를 담당했던 사무관을 직접 거명하며 박수도 보냈다. 해당 사무관은 "공직자로서는 국민 실생활에 도움을 드리는 정책을 담당하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며 "앞으로도 더 많은 국민들께서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 과제를 발굴하고 지속 개선해 나가겠다"고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대출 갈아타기, 소상공인에 대한 저금리 대환대출은 매우 좋은 제도로서 부처 간 협업을 매우 높이 평가한다"며 "대출 갈아타기가 금리, 대출 조건에 대한 경쟁을 촉진해 자연적으로 금리가 인하되는 효과를 가져오고 이자 수입이 금융권에서 국민에게 이전되는 아주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 앞으로 더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계속 보완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부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정식 노동부 장관, 박상우 국토부 장관,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 법제처장 등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이관섭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박춘섭 경제수석, 장상윤 사회수석 등이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