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배상 속도 내며…4대 금융 1분기 실적 '울상'

은행권 배상액 2조 육박 추산

금융감독당국이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사태와 관련한 후속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만간 대표 분쟁사례를 선정해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 회부할 방침인 한편, 판매사에 대한 제재 논의도 본격화할 방침이어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중 분조위에 회부할 홍콩 ELS 대표 분쟁사례를 선정하기 위해 자료를 살펴보고 법무법인의 조언을 받는 등 절차를 밟고 있다.

선정된 대표 분쟁사례는 분조위로 회부돼 논의되며, 이 과정에서 분조위가 내놓는 조정안은 이후 이어질 자율조정의 세부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게 된다. 당국은 속도감 있는 분쟁조정을 위해 판매사별로 대표 분쟁사례를 선정할 예정이다.

은행권은 대표 분쟁사례 선정과 분쟁조정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표 분쟁사례에 대한 조정안이 수많은 분쟁에 대한 선례가 될 수 있어서다. 당장 '홍콩 ELS 피해자 모임' 등 투자자 단체를 중심으로 당국이 내놓은 분쟁조정기준안에 대한 불수용 의사를 밝히며 장외집회를 거듭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은행권도 분쟁조정기준안에 동의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 배상 절차를 서두르는 분위기다. 하나은행은 이미 지난달 말 배상안에 동의한 일부 투자자와 합의를 통해 배상금을 처음으로 지급했고, 비교적 ELS 판매 규모가 작은 우리은행 역시 홍콩 ELS 상품의 만기가 돌아오는 오는 12일부터 관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아직 하나은행만 배상을 진행했고, 다른 은행들의 경우 가입자들에게 연락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배상 시작은 다음주 정도는 돼야 할 것"이라며 “대표 분쟁사례는 분쟁조정기준안에 해당하는 것이 많은 사례를 은행별로 추려 분조위에 회부할 방침이다. 최대한 빨리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감독당국은 이와 함께 은행·증권사 등 판매사에 대한 제재 절차에도 착수한다. 제재안은 감독당국의 검사의견서 발송, 제재 대상의 소명 의견서 발송, 제재 사전조치안 마련, 제재심의위원회 논의 등을 거쳐 확정된다. 당국은 이번주 중 판매사에 검사의견서를 발송하기 위해 관련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은행권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제재 수위다. 특히 최대 수조 원 단위로 추정되는 과징금 규모가 관건이다. 현행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은 판매사가 설명의무를 저버리거나 부당권유행위를 했을 경우 위반행위로 얻은 수입의 5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수입은 투자액 또는 대출금을 뜻하는 것으로, 금소법 시행 이후 은행권 전체 홍콩 ELS 판매액(약 17조원)을 고려하면 상당한 과징금 부과가 불가피하다. 이미 은행권의 홍콩 ELS 배상액이 약 2조원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복현 금감원장은 앞서 은행권에 자율배상을 권유하는 과정에서 "피해배상 등 사후 수습 노력에 대해선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과징금 등 제재 수준을 결정할 때 참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모든 은행이 자율배상 방침을 확정한 만큼 과징금 수준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사다.

한편 은행권이 자율배상을 수용하면서 지난 1분기 주요 금융지주회사의 실적에도 먹구름이 끼는 모양새다. 금융정보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의 4대 금융지주회사(KB·신한·하나·우리)의 1분기 지배주주 순이익 컨센서스는 4조452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17%(4493억원) 감소한 수치다.

ELS 최다 판매사인 KB금융은 10.62% 감소한 1조4976억원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도 각기 3.90%, 12.84% 하락한 1조3338억원, 9607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데 머물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낸 보고서를 통해 KB국민은행의 배상액을 약 9900억원, 신한은행은 2870억원, 하나은행은 2570억원 수준으로 추정한 바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1분기는 순이자마진(NIM) 측면에선 선방했으나 ELS에 따른 배상액의 영향이 컸다"면서 올해는 향후 금리 인하에 따른 예대마진 하락, 5월부터 시작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과 이에 따른 충당금 설정 등의 악재가 남아 있어 (금융지주회사의) 전반적인 실적은 예년 대비 다소 하락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금융부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경제금융부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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