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매물 '새 주인' 찾기 난항…법인 파산도 40% 증가

올해 M&A 절차 진행한 회생기업 12곳 중 성사 0건
매수자 우위 시장 지속…"매물 자체 매력도 떨어져"
회생 포기하고 파산신청 기업 40% 이상 급증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기업의 인수합병(M&A) 매물이 '새 주인'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올해 들어 벌써 12건의 매물이 나왔지만 아직 계약 성사 소식이 들려오고 있지 않다. 재기를 포기하고 아예 파산을 신청하는 기업도 작년보다 40%나 증가했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건설회사 신일이 최근 법원 승인에 따라 M&A 절차를 추진 중이다. 매각주관사는 EY한영회계법인이며 다음달 2일까지 인수의향서를 받을 예정이다. 우선매수권자가 존재하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인 이른바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때 시공능력평가순위(도급순위) 57위였던 신일은 건설경기 악화 여파로 지난해 5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아파트 브랜드 '해피트리'로 알려져 있다. 신일은 지난해 12월에도 M&A 매물로 나왔으나 마땅한 인수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이다.

차가운 시장 반응, 딜 성사 '제로'

최근 회생 기업의 M&A 매물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법원에 따르면 지난 28일까지 올해 M&A를 공고한 회생 기업은 총 12곳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10곳이었다. 이 중 계약 성사가 된 곳은 아직 한 군데도 없다. 신일처럼 유찰 경험을 겪은 곳도 많다. 회생 기업 절차가 진행 중인 대유위니아그룹 계열사 위니아·위니아전자매뉴팩처링·위니아전자 역시 인수자를 찾고 있으나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상장사인 위니아의 경우 최근 상장폐지 사유인 '감사의견 거절'로 상폐 위기까지 몰렸다.

법무법인 화우의 M&A 전문가인 김상만 변호사는 "현재 전반적인 M&A 시장은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훨씬 많은 매수자 우위가 지속되는 상태"라며 "정상적인 기업의 딜도 활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한 번 망가진 회생 기업이 시장의 관심을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쓸만한 자산이 제법 남아있거나 회사의 운영도 건전한, 그런 매력이 있는 회생 기업의 매물이 현재 거의 없다는 점도 시장의 외면을 부추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기 아예 포기한 기업 40% '폭증'

재기를 포기하고 아예 파산을 신청하는 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대법원 통계 월보에 따르면 지난 1~2월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28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05건 대비 40.4% 증가했다. 회생 신청 건수(263건)보다 많다. 파산이 회생보다 많은 '데드 크로스' 상태는 지난해부터 발생했다. 2023년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657건, 회생 신청 건수는 1602건이었다. 이런 데드 크로스는 법원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었으며, 올해는 더욱 심각해졌다.

최근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4월 총선 이후 본격화될 것이라는 '4월 위기설'이 시장에 번지고 있다. 건설업계 중심 줄도산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정경수 삼일PwC M&A 센터장은 "결국은 총선 이후에 그동안 곪았던 부분이 터질 것"이라며 "부실 PF 사업장이나 기업을 잘 정리해서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면 M&A 시장 역시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국내 M&A 시장은 서서히 살아나고 있는 국면이며 금리 인하 불확실성만 해소된다면 하반기부터는 상황이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자본시장부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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