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시대 재태크]미국 실업률 상승 전환의 의미

실업률 상승은 경제성장률 둔화 의미
시장금리 하락해도 주가 조정 가능

지난 2월 미국 비농업 부문의 고용이 27만5000명 늘어난 것처럼 최근까지 미국 고용이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2월 실업률은 3.9%로 2022년 1월(4.0%)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업률 상승은 조만간 미국 경제성장률이 둔화할 것을 의미한다. 경제성장률 둔화로 시장 금리는 하락하겠지만 주가는 조정을 보일 전망이다. 달러 가치도 떨어질 확률이 높다.

지난해 4월 실업률이 3.4%로 197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후 서서히 올라오고 있다. 1953년 이후 장기 통계를 보면 실업률의 12개월 이동 평균 저점이 경기 침체에 평균 2개월 선행했다. 그런데 12개월 이동 평균이 지난해 5월 3.55%를 저점으로 올해 2월에는 3.68%로 소폭 상승했다. 과거 평균보다 선행 기간이 길어지고 있지만 조만간 경기 침체 국면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9%(2023년 기준)로 매우 높다. 미국 경제는 절대적으로 소비에 의존하는 경제다. 그런데 실업률이 오르면 우선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시차를 두고 실제 소비도 줄어든다. 미국의 대표적 소비심리 지표 가운데 하나인 콘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와 실업률 사이에는 역의 상관관계가 매우 높다. 2000년 1월에서 올해 2월까지 통계로 분석해보면 이 두 변수에 사이에 상관계수가 -0.78로 나타났다. 지난 2월 미국 주요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도 소비심리가 나빠진 것은 실업률 상승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고용은 매우 탄력적이다. 2020년 3~4월에 코로나19로 소비가 크게 위축되자 미국 기업들이 일자리를 2189만건 줄인 적이 있었다. 그 이전 거의 10년 동안 늘어났던 일자리를 단 두 달 사이에 줄여버린 셈이다.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가계 소비가 위축되면 기업 매출과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러면 미국 기업 경영자들은 고용을 탄력적으로 줄일 확률이 높다. 이는 다시 소비를 줄이고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 빠르면 올해 2분기에 미국 경제가 소비 중심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업률 증가로 소비가 위축되면 물가 상승률이 낮아진다. 시장 금리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먼저 반영한다. 실업률 증가와 함께 조만간 시장 금리는 하락할 것이다. 2월 말 4.32%까지 올라갔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2월 실업률 발표 이후에는 4.07%까지 하락했다. 빠르면 오는 5월부터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시장 금리는 한 단계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하락하면 주가는 상승한다. 그러나 또 다른 주가 결정요인인 기업이익 감소 폭이 금리 하락 폭보다 더 크면 금리 하락에도 주가는 내려갈 수 있다. 경기를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 가운데 하나가 실업률이다. 2008년 이후 통계로 분석해보면 실업률과 S&P500 사이에는 상관계수가 -0.63으로 비교적 높다. 실업률이 상승했을 때 주가가 하락했다는 이야기다. 물론 시기에 따라서는 주가가 선행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최근 실업률이 오르고 있는데도 주가는 상승하고 있다. 조만간 주가가 조정을 보이면서 그 괴리가 좁혀질 전망이다.

실업률이 올라가는 시기에는 미국 금리가 하락하면서 달러 가치도 떨어졌다. 실제로 2008년 1월에서 2024년 2월 통계 분석에 따르면 실업률과 달러 지수 사이에는 역의 상관관계(상관계수 ?0.66)가 있었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의 실업률이 자산 배분에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미국 투자 자산 비중이 높다면 좀 줄일 필요가 있다. 또 주식보다는 채권 비중 확대가 더 바람직해 보인다.

김영익(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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