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캐나다에서 35년 전 성 소수자 남성 살인 사건 범인으로 50대 남성이 검거됐다
26일(현지시간) 캐나다 통신 등은 이날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PEI)주 경찰의 기자회견 내용을 인용해 1988년 샤를롯타운의 교사 살해범으로 토드 조셉 갤런트(56)를 전날 검거했다고 보도했다. 갤런트는 1988년 11월11일 새벽 현지 고등학교 영어 교사 바이런 카를 수건으로 목 졸라 살해한 뒤 사체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카는 36세, 갤런트는 21세였다.
사건 전날 밤 카는 갤런트를 자기 집으로 데리고 와 성관계를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카는 자택 침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현장 벽에는 "또 죽일 것"이라고 쓴 메모가 남아 있었다. 성소수자인 카는 당시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공개하지 않은 상태였으나, 사건 소식이 알려지자 일대의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연쇄 살인 공포에 떨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갤런트는 범행 후 미국으로 떠났고 이후 이 사건은 샤를롯타운의 유일한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하지만 범행이 일어난 지 19년 만인 2007년, 경찰은 수사를 재개했다. 먼저 경찰은 카의 자택에서 발견된 범인의 속옷에서 유전자를 채취한 뒤 전문 감식 기관에 분석을 의뢰했다. 그다음 최신 기술을 활용해 유전자 혈통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감식 기관은 해당 유전자를 광범위한 데이터베이스에 올려 기존 정보 자료와 일일이 대조하는 장기간의 작업을 거친 끝에 갤런트를 범인으로 특정할 수 있었다.
샤를롯타운 경찰청의 브래드 매코널 청장은 이날 갤런트를 범인으로 발표하면서 "그가 바이런 카를 살해한 범인이라고 믿을 결정적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35년간 미제 상태였던 이 사건은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지역의 트라우마였다"며 "하지만 카의 가족과 동성애 커뮤니티 친구들보다 더 큰 고통을 겪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둡고 불행한 시대에 카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비밀로 숨겨야 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최근 갤런트 외 다른 남성 1명을 사건 용의자로 검거했다가 25일 석방했다. 그러나 경찰은 사건 관련 및 공범 여부를 밝히기 위해 이 남성에 대한 조사를 계속할 계획이다.
한편 갤런트는 이 사건을 저지르기 한 해 전인 1987년 캐나다 PEI 주에서 가택 침입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 그는 1988년 미국으로 떠나 텍사스와 아칸소주 등에서 살면서 미국에서도 범죄 전과를 쌓았다. 갤런트는 2022년 캐나다로 다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