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서율기자
"모바일AI폰 시대를 열겠다"는 삼성전자의 포부와 함께 등장한 갤럭시S24 시리즈. 그중에서도 가장 비싼 최상위 스펙의 갤럭시S24 울트라의 티타늄 바이올렛 색상을 일주일간 사용했다. 갤럭시S21(169g), 아이폰15(171g) 이용자로서 울트라(232g)를 처음 손에 쥔 느낌은 '묵직'하다. 침대에 누워 한 손으로 휴대폰을 잡고 유튜브를 오래 보기는 쉽지 않았다. 다만 무게보다 더 들어간 온디바이스 AI 기능은 침대 위가 아닌 일을 할 때 빛을 발했다.
가장 눈부신 발전은 갤럭시S24 울트라를 이용해 통화 녹음이나 녹취 후 인터넷 없이 휴대폰 안에서 텍스트 변환, 번역 등 모든 것이 해결 가능하다는 것이다. 와이파이와 5G서비스를 끄고 1시간이 넘는 인터뷰 취재를 한 녹음파일을 푸는 데 대략 7분55초가 걸렸다. 이전 갤럭시 시리즈에도 텍스트 변환 기능은 있다. 다만 이전 시리즈는 휴대폰 안에서 파일을 통째로 변환하지는 못하고 구간을 정해서 이를 다 듣고 변환해야 해 녹음파일을 다시 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결국 갤럭시S21을 사용할 땐 인터넷을 연결해 다른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기다리는 동안 반짝이는 세 개의 별(삼성) 로고와 함께 뜨는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 중, 내 휴대전화에서 안전하게 분석 중' 문구를 보니 더욱더 안심된다. 중요한 업무 회의나 통화를 복기할 때 중요한 정보가 유출될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국외 파트너나 바이어와 통화한 내용은 바로 우리말로 텍스트 변환하거나 그 나라 언어로 텍스트 변환 후 한국어 번역 기능을 누르면 된다. 변환된 텍스트는 어절별로 클릭이 가능해 다시 듣고 싶은 부분을 선택해 듣는 것도 편리하다.
텍스트 변환 후 요약 기능도 아주 쓸만하다. 갤럭시S24 기사를 읽어 녹음해 요약기능을 사용했더니 금방 50초짜리 녹음을 세줄 요약해줬다. 중심내용이 아닌 사례 격 설명은 삭제되고 핵심 내용만 골라주니 긴 회의록도 한눈에 볼 수 있겠다. 다만 이 기능은 클라우드AI가 함께 적용되는 시스템이라 인터넷 연결 없이는 사용이 안 됐다. 갤럭시 시리즈의 '음성녹음'뿐만 아니라 '노트'에도 요약·번역 기능이 들어가 급하게 휴대폰으로 전송된 문서를 열어야 할 때 '노트'로 파일을 열어 원하는 문단을 긁으면 해당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통화 기능에는 통역 기능이 탑재됐다. 지인은 한국어, 기자는 영어를 사용해 대화를 나눠봤다. 지인이 "당신은 설날에 무엇을 하십니까"라고 묻자 "What do you do in New year’s day?"라는 AI 여성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상대방의 음성이 작게 들린 후 번역 음성이 들려 시차가 조금은 있긴 했지만 크게 거슬리지 않는 속도였다. 다만, 빠르게 혹은 급하게 말하거나 사투리, 고유어를 말하면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멋대로 번역하는 경우도 있었다. 발음이 좀 그랬는지 기자의 'When will you come to Seoul?'이라는 질문이 '당신은 언제 '영혼(Soul)'으로 올 건가요?'라는 다소 섬뜩한 문장으로 번역돼 한국어 음성으로 나갔다. 비즈니스적으로 사용하려면 혹시나 오해의 상황이 불거질 수도 있기 때문에 또박또박 큰 소리로 말하는 게 좋겠다.
울트라의 또 하나의 특장점은 바로 카메라다. 이번 갤럭시S24 시리즈는 나이토그래피 시스템이 개선돼 특히 밤에 빛을 발한다. 비 오는 날 밤 조명 아래 비의 궤적이 찍힌다. 분위기 좋은 술집에서도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고도 선명하고 깔끔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줌 기능도 놀랍다. 식당에 앉아 두 손가락으로 1배 줌부터 100배 줌까지 당겼더니 350㎖ 음료수 캔의 제품 성분 표시까지 볼 수 있었다. 그것도 깨지지 않는 화질로. 울트라는 10배 줌까지 광학 수준의 고화질을 보여주는 '쿼드 텔레 시스템'을 시리즈 최초로 탑재했으며 100배 스페이스 줌도 디지털 줌 화질로 제공한다.
갤럭시S24 시리즈와 함께라면 인생샷(잘 나온 사진)을 건질 기회가 더 많다. 피사체인 나의 모습은 잘 나왔는데 사진이 조금 기울어졌거나 뒤에 사람이 너무 많이 찍혀 아쉬웠던 경험이 있을 거다. '생성형 편집' 기능을 사용한다면 기울인 사진을 똑바로 잡아도 잘리는 부분 없고 오히려 사진에도 없었던 부분을 만들어 준다. 3배 줌으로 촬영한 산타클로스 모자 모양 헤어 핀 사진을 왼쪽으로 7.5도 기울였더니 기존 사진에도 찍히지 않았던 방울 윗부분을 AI가 만들어줬다. 반면 기본 기능으로 기울인 사진은 기울인 만큼이 프레임에서 잘리면서 사진의 가로세로 길이에도 변동이 있었다.
피사체를 삭제했을 때 역시 그 자리에 있음 직한 것들로 사진을 채워준다. 주로 배경과 비슷한 것들로 채워지는데 상상력이 풍부한지 똑같은 현수막 사진을 여러 번 삭제했을 때 그때마다 채워지는 사진들이 달랐다. 그중에는 좀 어색한 것들도 있는데, 이 경우 다시 한번 AI 생성을 도전해봐야 할 것 같다. 이 기능을 쓰면 왼쪽 하단에 작은 반짝이는 세 개의 별(삼성) 워터마크가 생성되는데 거슬린다면 편집기능을 통해 왼쪽 부분을 완전히 잘라내면 된다.
앨범의 동영상 시청 기능에도 AI 기술이 들어가 '슬로 모션'을 생성·시청할 수 있다. 동영상을 보다가 영상을 꾹 누르면 슬로 모션이 진행된다. 요즘 테니스를 배우고 있는데, 이 기능을 활용하니 내 자세가 뭐가 잘못됐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골프나 다른 스포츠를 배우고 있다면 굳이 화질이 더 깨지는 슬로로 촬영할 필요가 없어졌다.
삼성전자가 홍보했던 '써클 투 서치' 기능은 편리하긴 하다. 그러나 평소에도 휴대폰으로 사진 속 무언가를 잘 검색하지 않는 사용자라면 크게 편리함을 체감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카툭튀(카메라가 툭 튀어나옴)'로 케이스 없이 바닥에 두고 펜슬로 메모를 할 때 휴대폰의 덜그럭거림이 상당했다. 휴대폰 케이스는 꼭 착용하는 것이 좋겠다.
사소할 수 있지만 가장 아쉬웠던 점은 얼굴인식이었는데, 아이폰15는 어둠 속에서도 인식이 잘 풀리는 반면 울트라는 그러지 못했다. 설정에 들어가면 얼굴인식이 더 잘되게 하기 위해 '어두운 곳에서 화면 밝게'를 설정할 수 있는데 어둠 속에서 갑자기 화면이 밝아지면서 잠이 확 달아났다. 황급히 지문 인식으로 잠금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