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정인턴
경비원이 자신의 차량 앞 유리에 '주차위반 스티커'를 부착했다는 이유로 아파트 단지의 차량 출구를 가로막아 다른 입주민들의 출입을 어렵게 만들었던 차주가 이번에는 경차 전용 주차 구역 2칸을 차지했다는 사연이 전해져 논란이 되고 있다.
1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산 모 아파트 빌런 논란 이후'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앞서 지난 14일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 자차를 주차하고 자리를 떠난 운전자가 사회적으로 뭇매를 맞은 가운데, 해당 차주가 이번에는 같은 아파트 주차장에서 경차 자리 두 칸을 차지하고 주차를 한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자신을 해당 아파트의 주민이라고 밝힌 작성자 A씨는 "아파트 정문 출입구를 막아서 화제가 된 부산 주차 빌런(villain·악인, 악당)이 이번에는 경차 자리 두 칸을 차지했다"라며 "빌런은 잘못에 대해 인지를 못 하는 것 같다. 공론화가 되었음에도 지속적인 불법 행위를 하고 있어 법적인 제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A씨가 글과 함께 공개한 사진 속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은 경차 자리 두 칸 안에 대각선으로 주차해두어 두 대의 경차가 주차할 수 있는 곳을 오롯하게 홀로 차지하고 있었다.
앞서 해당 차량은 단지 차량 출입구 2개를 가로로 막아 다른 입주민들의 출입을 어렵게 만들었다. 당시 상황을 공유했던 입주자 B씨는 "경차 전용 주차 구역 2칸을 차지하고 주차해서 경비원이 여러 번 그렇게 하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그러나 주차법을 바꾸지 않더라"라며 "참다 참다 경비원이 주차 스티커를 붙였더니 어제 저녁부터 저런 상황이 됐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A씨는 "차에 손을 대면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입주민 등이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 측은 '사유지라 어쩔 수 없다'고만 답변했다고 한다. 또 다른 거주민 C씨는 "사건이 벌어진 아파트는 경차들이 일반차량 자리를 점령해버려 항상 주차 자리가 부족하다"라며 "밤늦게 퇴근하는 일반 차들은 경차 자리에 주차를 못 하니까 매일 갓길이나 밖에 주차했다. 해당 차주가 참다가 폭발해 저런 일을 벌였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주차를 저렇게 하는 심리는 뭘까",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에서 소송을 걸어야 정신 차릴 것 같다", "아파트 게시판에 올려 벌을 받게 해야 할 듯", "가지가지 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몇몇 누리꾼들은 "차주도 많이 참았을 것", "표현이 과격하긴 하지만 주차할 자리가 매일 부족하다고 하면 나라도 저랬을 것 같다", "경차 분들이 경차 전용에만 주차하는 등의 노력을 하셔야 할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현행법상 아파트 주차장은 사유지로 분류되기 때문에 사유지 무단 사용에는 처벌 규정이 없으므로 차주에 대한 처벌은 어려운 형국이다. 견인 등의 행정조치도 차량 소유자의 동의가 필요 하고, 설사 견인을 진행하더라도 도로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