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쌍둥이 낳고 싶어요” 남직원도 난임 무제한 지원[K인구전략]

(16)한미글로벌, 1회당 100만원 한도 무제한 지원
셋째 출산시 조건 없이 승진
“지자체 지원 못 받아도 회사 있어 든든”

편집자주대한민국 인구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기업에 있다. 남녀 구분 없이 일로 평가하는 기업 내 분위기와 가정 친화적인 문화가 곧 K 인구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이기 때문이다. 저출산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지만, 적어도 일터에서의 부담감이 걸림돌이 돼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일은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시아경제는 가족친화 정책을 선도하는 기업을 찾아가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지점을 짚고, 현실적인 여건이 따라주지 못하는 기업과는 다각도에서 함께 방법을 찾아볼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기업부터 변하도록 독려하고,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도 분석한다. 금전적 지원보다 심리적 부채감을 줄여주는 회사의 문화와 분위기가 핵심이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다양한 측면에서의 대안을 제시한다.

결혼과 출산 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난임 문제는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출산 의지가 있는 난임 부부를 우선 지원하는 것이 K인구문제 해결에 핵심적인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 중 이를 복합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대표적인 곳은 한미글로벌이다.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조금은 덜었습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미글로벌에서 근무하고 있는 결혼 4년 차 이준영씨(가명·36·남)는 난임 진단을 받고 회사로부터 지원받으려고 준비하고 있다. ‘비교적 여유가 있지 않으냐’는 시선에도 사내 난임 지원 제도를 통해 하루라도 빨리 아이를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피임을 하지 않은 부부가 정상적인 부부관계에도 1년 이내에 임신하지 못한 경우 난임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한국의 많은 부분은 스스로가 난임임을 인정하지 않아 치료와 진단이 늦춰진다. 페링제약이 아시아 국가 난임 가정이 처한 문제들을 알아보기 위해 진행한 유레카 조사에 따르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여성은 난임에 대한 인식이 낮아 자연 임신 시도부터 난임 진단, 난임 치료 후 임신까지 평균 총 6.8년이라는 긴 시간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글로벌은 여성은 물론, 남성 임직원에게도 난임 치료 관련 혜택을 지원한다. 1회당 100만원 이내에서 횟수 제한 없이 지원받을 수 있다. 여성 임직원은 최장 6개월간 휴직도 가능하다. 이씨는 “아내가 병원에서 치료받는 횟수가 잦고 시간도 길어서 아무래도 저보다는 아내가 더 고생하고 있다”면서도 “회사에서 비용을 지원해주니까 든든하다”고 말했다. 일·가정 양립을 위한 체계적이고 실용적인 제도들로 한미글로벌 기혼 직원의 지난해 상반기 합계출산율은 1.57명으로 집계됐다. 한미글로벌은 건설업계 최초로 여성가족부가 15년 동안 가족친화 인증을 유지한 기업에만 부여하는 가족친화경영 최고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씨는 난임 치료가 잘 돼서 “세쌍둥이를 낳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농담 섞인 이씨의 말은 한미글로벌의 파격적인 혜택 덕분이다. 한미글로벌은 자녀 출산 시 첫째 100만원, 둘째 200만원, 셋째 500만원, 넷째 이상 1000만원을 지급하고 셋째 출산 시에는 조건 없이 차상위 직급으로 즉시 승진할 수 있다. 넷째를 출산하면 1년 동안 육아도우미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씨는 회사가 마련한 여러 지원 제도 덕택에 아내와도 출산 문제를 터놓고 얘기할 수 있다고 했다.

이씨처럼 아이를 갖고 싶어도 어려움을 겪는 부부들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인구 10만명당 난임 시술 환자 수는 2018년 기준 23.4명에서 2022년 27.3명으로 16.9%(연평균 4.0%) 증가했다.

올해 1월1일 0시0분에 태어난 새해둥이도 난임을 극복하고 태어난 아이였다. 이들 부부는 결혼 12년 만에 시험관 시술로 첫 아이를 얻었다.

각 지방자치단체도 난임 부부에게는 보다 적극적인 지원 대책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에서 6개월 이상 거주한 난임부부를 대상으로 시술비 지원 소득 기준을 폐지하고 난임 시수별 제한된 횟수도 폐지했다. 경기도는 마찬가지로 소득 기준을 폐지하고 6개월 실거주 기간을 없앴다. 이에 더해 냉동 난자 사용 보조생식술도 지원에 나섰다. 이씨는 “각 지자체에서 최근 들어서 난임 지원 기준이 완화되기는 했다"며 “그런데도 여전히 횟수 제한 등이 있어서 충분한 지원을 받기가 어려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지자체에서 제대로 지원을 못 받아도 회사에서 언제든 지원해 준다고 하니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조금은 덜해진다”고 덧붙였다.

특별취재팀 'K인구전략-양성평등이 답이다'
김유리·이현주·정현진·부애리·공병선·박준이·송승섭 기자김필수 경제금융에디터

정치부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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