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모차 산책에 명품옷까지 입힌다…딩펫족 두고 찬반 논쟁

반려견 유모차 판매량 늘자 일각선 볼멘소리도
반려동물만 키우는 '딩펫족'에 비판도 커져

지난해 온라인 쇼핑몰에서 1~3분기 반려견 유모차가 사람용 유모차의 판매량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반려견 유모차 이용에 대한 글이 올라와 누리꾼이 갑론을박하고 있다.

지난 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강아지와 산책 시 유모차에 태워도 괜찮을까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한 반려동물 관련 유튜브 영상 캡처 화면을 제시하면서 "멀쩡한 개는 가급적 개모차 태우지 말자. 태우더라도 '개모차' 산책 위주로 시키지 말고 직접 걷고 냄새를 맡는 산책 위주로 시키자"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온라인 쇼핑몰에서 1~3분기 반려견 유모차가 사람용 유모차의 판매량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반려견 유모차 이용에 대한 글이 올라와 누리꾼이 갑론을박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해당 영상에 등장한 수의사는 반려견에게 유모차가 필요한 상황을 말했다. 그는 "반려견 유모차는 장애견이나 부상으로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경우, 관절염으로 걷는 것을 힘들어하는 등의 몸이 불편한 강아지들에게 유익하다"며 "이런 강아지들은 주인과 함께 오래 산책할 수 없어 산책 욕구가 해소되지 않아 우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몸이 불편하거나 아픈 강아지 외에는 유모차를 이용한 산책은 나들이나 이동의 개념으로 이해하시고, 맘껏 뛰어놀 산책 시간을 따로 가지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누리꾼은 이 게시물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몇몇 누리꾼은 "남이야 개모차를 끌든 말든 대체 무슨 상관", "걸어 다닐 힘 있는 개를 누가 밀고 다니냐"라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다른 누리꾼들은 "난 요즘 유모차 보이면 사람이 탔는지 개가 탔는지 본다", "저번에 공원 갔는데 유모차에 사람은 없고 죄다 개들이 타고 있더라", "개 팔자가 상팔자' 등의 의견을 냈다.

'딩크족'과 더불어 '딩펫족'도 빠르게 늘어나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남녀가 출산을 기피하면서 그 빈자리는 반려동물이 차지하고 있다. 통계청 인구동향조사를 보면 2022년 가임 기간 여성(15~49세)의 합계출산율은 0.78%다. 2000년 1.48명에서 2010년 1.23명으로 줄어든 후 계속 감소세다. 반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서 국내 반려견, 반려묘 수는 2021년 742만마리에서 2022년 798만마리로 증가했다. 국내 2370만가구 중 4분의 1이 반려견(19.0%)이나 반려묘(7.1%)를 키우는 셈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난 만큼 관련 산업도 커졌다. 건강식부터 미용실, 세탁소, 호텔, 병원, 보험, 생활용품까지 반려동물 전용 상품은 없는 분야가 없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2017년 2조3332억원이던 반려동물 연관산업 규모는 해마다 두 자릿수 안팎의 고성장을 이어가 2027년 6조55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난만큼 관련 산업도 커졌다. 건강식부터 미용실, 세탁소, 호텔, 병원, 보험, 생활용품까지 반려동물 전용 상품은 없는 분야가 없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2017년 2조3332억원이던 반려동물 연관산업 규모는 해마다 두자릿수 안팎의 고성장을 이어가 2027년 6조55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성장세를 보이는 반려동물 시장과 달리 유아용품 시장은 성장을 멈췄다. 통계청의 조사 결과, 국내 유아용품 시장(분유, 기저귀, 유아복, 유아 가구 등)은 제조업 출하 기준 2016년 2조4000억원에서 2019년 2조1000억원까지 낮아졌다. 통계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수입품과 유모차 등을 포함하면 국내 유아용품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4조원 선에 머물러 있다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유통업계 곳곳에 육아용품이 빠진 빈자리를 반려동물용품이 채우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실제 한 마트에는 기저귀를 팔던 코너가 반려동물 간식 판매대로 바뀌기도 했다.

반려동물 산업과 유아용품 산업을 대조하는 분석들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선 부부가 아이 없이 반려동물만 키우는 이른바 '딩펫족'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저출산이 심화한 가운데, 아이 대신 반려동물을 키우는 게 맞냐는 논리다. 그러나 딩펫족의 생각은 다르다. 딩펫족에게 반려동물은 아이의 대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을 딩펫족이라 밝힌 한 누리꾼은 "딩크족과 딩펫족이 연결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 또한 그저 부부로서의 삶에 집중하기로 결정해서 딩크족의 삶이 되었고 강아지를 무척이나 좋아하는지라 자연스럽게 강아지를 키우게 됐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반려동물 때문에 출산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여건이 안 돼서 딩크족을 택한 가운데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슈2팀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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