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도전자들]②관료…스타급 장차관들 구원투수로 등판

'총동원령' 속 장·차관 16명 출사표
국정보다 선거 우선 부정적 인식도

오는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스타급 장·차관’들이 대거 출마한다. 실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고위 관료들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역대 정권마다 장·차관 등 관료들의 총선행은 단골 메뉴였다. 이유가 있다. 우선 장관으로 있는 동안 언론에 많이 노출되면서 인지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 고위 관료를 지냈다는 안정감과 정책 능력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게다가 대중에게 신선한 이미지까지 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윤석열 정부에서 장관들의 출사표가 줄을 잇는 것은 그만큼 이번 총선이 정권의 명운을 가를 분기점이기 때문이다. 여권은 간판급 관료들을 내세워 여소야대 타개를 노린다. '총동원령'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4일 교체한 6명의 장관이 모두 총선 출마를 앞둔 것이 한 사례다.

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 수원시 격돌

우선 야당이 독차지한 수도권 험지 수원에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출마표를 던질 예정이다. 방 장관은 이날 오후 5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이임식을 갖는다. 방 장관은 지난해 9월 20일 인사청문회를 거쳐 장관에 임명됐는데 역대 최단기간인 2개월 28일 만에 교체됐다. 현재 인구 120만명인 수원시는 5개 지역구(갑·을·병·정·무) 모두를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수원 출신인 방 장관 영입에 팔을 걷어붙이면서 경기 수원병 출마가 유력하다. 국민의힘이 그를 앞세워 지역구를 탈환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정황근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고향인 충남 천안을에 출마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예비후보자 등록을 마쳤다. 이곳은 충남의 대표적인 민주당 텃밭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민주당에서 탈당한 박완주 무소속 의원과 양승조 전 충남지사의 출마설이 나오는 곳이라 격돌이 예고된다.

추경호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에서 3선에 도전장을 내민다. 조승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고향인 부산에서 출사표를 던진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어디에 출사표를 던질지도 주목된다. 원 전 장관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출마할 경우 이 대표를 지역구에 묶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총선행에 합류한다. ‘4선 중진 의원’인 박 장관은 종로에서 내리 3선에 성공해 16~18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21대 국회에서는 강남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역시 서울의 민주당 현역 의원 지역 출마를 예고했고,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은 서울 영등포을 출마를 준비 중이다.

총선 승리 전력 질주, 국정은 뒷전 지적도

지난달 27일 교체된 차관급 인사 6명 중 4명도 총선에 도전장을 내민다. 김완섭 전 기재부 2차관은 강원 원주을, 김오진 전 국토부 1차관은 고향인 대구 달서갑, 부산시 경제부시장 출신으로 직전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을 지냈던 박성훈 전 해수부 차관은 부산 해운대갑 출마가 유력하다. 박성근 전 총리비서실장은 부산 중·영도 출마를 준비 중이다.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은 충남 천안갑, 한창섭 전 행정안전부 차관은 경북 상주·문경, 윤종진 전 보훈부 차관은 경북 포항북 출마가 예상된다. 이기순 전 여가부 차관은 충청·세종 지역에서 출마를 준비중이다. 지역구 후보로 출마하기 위한 공직 사퇴 기한은 이달 11일까지다.

장·차관들의 잇단 출사표는 윤 대통령의 총선 승리를 위한 총력 질주란 해석이 나오지만 이런 행보를 비판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지난달 27일 단행된 차관급 인사 중 일부는 임명된 지 채 6개월도 되지 않았다. 짧게는 2개월 남짓 근무한 장관까지 총선에 차출되면서 국정운영이 뒷전으로 밀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관료들의 총선행은 다양한 국정 경험을 입법부에서 활용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고금리·고물가로 민생안정이 위협받고, 국가적으로 시급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국정보다 선거가 우선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면서 “개인의 경력 쌓기나 선거 출마용으로 관직을 이용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스타급 장관들의 잇따른 총선행은 '양날의 검'이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필상 서울대 특임교수는 "선거에 무조건 이기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형국"이라면서 "향후 포퓰리즘 정책이 난무하거나 경제를 비롯한 정책들이 정치적인 성격을 띨 우려가 있다. 시급한 개혁이 필요한 정책도 뒷전으로 밀리는 등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치부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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