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청년세대를 겨냥해 제작한 현수막이 '청년 비하', '청년 혐오'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은 외부 업체에서 제작한 문구라고 해명하며 고개를 숙였지만, 당내에서조차 해명이 설득력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이 된 현수막은 최근 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새롭게 기획한 디자인이다. 현수막에는 ▲나에게 온당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혼자 살고 싶댔지 혼자 있고 싶댔나? 등의 문구가 적혔다. 이는 지난 17일 '더민주 갤럭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각 시도 당에 보낸 공문에 담겼다.
해당 현수막은 젊은 세대를 정치·경제에 무지하고 이기적인 집단으로 묘사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상민 의원은 20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인터뷰에서 "왜 그렇게 이해가 안 되는 문구를 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경솔했다"며 "젊은이들이 정치도 모르고 경제도 모르고 그냥 돈만 바라는 사람들인 것처럼 치부해버렸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민주당은 홍보 업체가 캠페인 준비를 위해 한 것이라며 "당직자나 당이 개입한 사안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호기심 유발 광고는 외부 전문가의 파격적인 홍보 콘셉트를 담은 안이었는데 결과적으로 당에서 세심히 살피지 못하고 실행 과정이 진행됐다"며 "당의 불찰이고 사무총장으로서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사실관계부터 짚어드리면 공개한 것이 아니라 외부 외주업체에게 의뢰해 받은 아이디어 제안 예시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장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선거를 앞두고 이미지 변신, PI 변신 등의 여러 가지 연구 용역을 하는데, 홍보마케팅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하는데 외주 업체에게 의뢰해 받은 예시 중 일부가 나가면서 왜곡 보도된 게 아닌가 싶다"며 "총선 기획단에서 제작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장 최고위원은 "연구용역은 말 그대로 연구원에서 하기 때문에 외주업체들이 여러 예시나 제안을 하는데, 이게 정제된 공식 보도자료가 아니기 때문에 정제되지 않은 문구(가 보도되면서) 발생한 문제라고 본다"며 "어찌 됐건 저희가 민심을 보다 경청할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 비판에 대해서는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당내에서조차 외부 업체가 만든 문구라는 당의 해명이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원욱 의원은 19일 당내 혁신계 모임 '원칙과상식' 청년 토론회에서 "당에서 보낸 공문서를 보면 사무총장, 그리고 홍보위원장 한준호 이렇게 나와있다"며 이번 논란이 당과 무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성민 전 최고위원 역시 20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 지금 당의 해명은 당직자나 주요 의원이 개입해서 만든 문구가 아니라 외부 업체가 준비한 문구라는 것인데, 사실 그걸 납득하긴 어렵다"며 "만약 현수막이 거리에 걸렸다면 누가 봐도 그건 민주당이 했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 최고위원은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갈 텐데 시대에 뒤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며 "청년들을 아무것도 모르고 무지하지만 이기적이고 본인의 이익만 바득바득 챙기는 존재로 취급을 하는 게 적절한 접근이 아니었다"고 했다.
신경민 전 의원도 이날 KBS 특집 1라디오 오늘에 나와 "당직자들이 몇 명 나와서 전혀 모르는 일이었고 당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이미 결재 서류도 존재하고 각 시도 당에다가 얘기한 것도 있다"며 "깔끔하게 사과하고 철회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