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구조조정' 제약·바이오, 놓쳐선 안 될 것

코로나19는 제약·바이오에 황금기였다. 미증유의 위기에 헬스케어 산업의 중요성이 대두됐고, 사람들의 입에 생경한 제약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말이 모이는 곳에 돈도 모인다. 투자가 폭증했고, 중소 바이오텍들의 기술력도 주목받았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그러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끝나자 호시절도 사라졌다. 과도하게 늘린 파이프라인(신약 개발 프로젝트)은 기업에 부담으로 돌아왔고, 얼어붙은 투자는 기업의 돈줄을 말렸다. 일동제약, GC녹십자, 유유제약 등 전통 제약사들도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모습은 7년 전 조선업과 겹친다. 한국 조선업은 한국경제의 주춧돌이었다. 2000년대 초반 대부흥을 맞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쳐오자 과도한 수주 경쟁 속에 이뤄졌던 저가 수주는 부담으로 돌아왔고, 중국 등 경쟁자의 급성장으로 순식간에 몰락의 위기에 처했다. 수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회사를 떠났고, 수십조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지금의 조선업은 달라졌다. 7년이 지난 지금, 조선업은 연이어 흑자 전환의 소식이 들려오는 등 다시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친환경 규제로 빠르게 수요가 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선에서 독보적 기술을 가진 한국 조선사들을 다시 찾고 있기 때문이다. 꾸준한 연구·개발(R&D)이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기반이 된 셈이다.

제약·바이오는 R&D가 생사를 가른다.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최소 10년을 잡고 장기적 투자를 해야 함에도 성공 확률은 고작 10% 수준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보니 국내 업계에서 상대적으로 도외시돼왔다. 매년 매출의 20% 이상을 R&D에 투자해왔음에도 결국 일동제약은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 ‘조코바’의 승인 지연 등으로 구조조정을 택했다.

반면 한파 속에서도 대형 기술수출이라는 훈풍을 찾아내는 기업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매출액 12% 이상을 R&D에 투자해 온 종근당은 노바티스에 총액 1조7000억원의 희귀질환 치료제를 수출했고, 신규 플랫폼 개발을 이어온 오름테라퓨틱이 빅 파마(대형제약회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에 계약금만 1300억원에 달하는 기술 수출을 해냈다. 해법은 꾸준한 R&D에 있다는 방증이다.

위기에 빠졌던 조선업이 다시 부흥을 맞이한 해법은 결국 기술력이었다. 위기에 처한 제약·바이오가 절대 놓쳐선 안 될 교훈이다.

이춘희 바이오중기벤처부 기자

바이오중기벤처부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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