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반려견 사료, 아직도 그레인프리인가요?'

FDA, 그레인프리 사료 문제점 제기
한국에서는 여전히 그레인프리 사료

김희수 림피드 대표

국내 반려동물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반려견 전용 의자, 견모차(강아지 전용 유모차), 강아지 전용 미용실, 강아지 유치원 등등 없는 게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장이 전문화되고 있다.

하지만 사료 시장은 그렇지 못하다. 국내 사료 시장은 아직 축산동물 사료와 같은 관리법 아래에서 진행되고 있다 보니,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에서 정의하는 40~50여 가지 세부 영양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영양성분 만이 문제가 아니다. 반려견의 보호자라면 '그레인 프리'(Grain free)에 대해 익히 들어봤을 것이다. 국내는 사료 시장은 잡곡류가 들어있지 않은 그레인프리 사료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그레인프리 사료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그레인프리 사료 시장은 저물고, 슈퍼그레인, 그레인인클루시브, 어메이징그레인 등의 그레인이 포함된 사료 라인업이 주를 이룬다. 이유는 그레인프리 사료가 심근병증(Dilated Cardiomyopathy, 이하 DCM) 발병과 관계가 있다는 미 식품의약청(FDA) 발표 때문이다.

그레인프리는 왜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했을까. 시작은 2010년이다. 보호자들 사이에서 반려견은 육류만 섭취하면 되지 곡류 섭취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이 일었다. 사료 업계에서는 이를 마케팅에 활용했고, 그레인프리 시장은 급격한 성장을 이루게 된다. 하지만 사료 업체는 사료에 '육류'만 고집하지 않았다. 곡류 대신, 콩, 감자, 고구마 같은 대체 탄수화물을 넣기 시작했다. 단가가 맞지 않아서다. 2015년 그레인프리는 미국 반려견 사료 시장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시장을 점령했다.

인기를 끌던 그레인프리 사료에 문제점이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2017년이다. 보호자들 사이에서 그레인프리 사료와 DCM에 관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2018년 FDA는 "그레인프리가 DCM 발병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라고 발표했다. DCM은 무서운 질환이다. 심장의 좌심실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되고 기능이 떨어져 심장이 제대로 된 혈액을 온몸으로 보내지 못해 결국 심부전을 초래한다.

주목할 부분은 반려견의 종(種)에 따른 결과다. DCM은 주로 대형견에서 발견되었지만, FDA 발표에 따르면 소형견 같은 예외적인 종도 DCM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그레인프리가 원인이라는 것에 힘을 싣는 결과다.

그레인프리와 DCM에 관한 논문은 최근까지 30개 넘게 발표됐다. 논문들은 문제가 그레인프리 사료의 주 단백질원 성분인 완두콩, 렌틸콩 등의 콩류라고 짚어내고 있다. '고기 단백질'의 원료다. 경제적인 이유로 사료 업체가 선택한 식재료다. 그레인이 반려견에게 필요한 아미노산인 타우린 흡수를 방해하고, DCM을 유발할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됐다.

미국동물병원협회(AAHA)와 같은 수의사협회에서도 그레인프리 혹은 콩 단백질 사료를 피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이런 의견들 때문에 해외에서는 이미 그레인을 포함한 사료 라인업을 출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는 아직도 그레인프리 사료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레인프리 사료에 대한 정보가 적으며, 공식적인 가이드라인 또한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 사료 시장도 국제적인 이슈에 맞게 심도 있는 연구와 정보 제공, 또 이에 걸맞은 사료 제조에 힘써야 할 시기다. 반려견 시장이 커지고, 다변화되고 있는 요즘, 반려견의 사료 시장 역시 이에 발맞춰야 하는 것 아닐까. FDA에서 내놓은 의견은 결코 흘러들어서는 안 되는 경고와 같다.

김희수 림피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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