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우기자
서울 강남과 인천 등 수도권 도심에서 국내에 서식하지 않는 희귀 파충류인 블랙 킹스네이크가 잇따라 발견됐다. 최근 개인이 희귀 반려동물을 키우다가 유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 임이자 의원(국민의힘·경북 상주 문경)이 환경부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고속버스터미널과 광진구 주택에서 블랙 킹스네이크가 각각 1마리 발견됐다.
북미 지역과 멕시코 등에 널리 분포하는 킹스네이크는 설치류와 조류는 물론 다른 뱀을 잡아먹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킹’(king)이라는 이름도 이런 이유로 붙었다. 한국에서는 반려동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국가 간 동물 거래가 늘고 반려동물 시장이 성장하면서 희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도 늘고 있다. 블랙 킹스네이크와 스트라이프 캘리포니아 킹스네이크는 온라인에서 10만~3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도 경기도 평택에서 유기된 스트라이프 캘리포니아 킹스네이크가 구조됐으며, 2021년에도 서울 양천구에서 블랙 킹스네이크가 발견됐다.
그러나 이 같은 희귀종의 유기 사례가 함께 늘면서 생태계 교란이나 감염병 확산 우려도 제기된다. 임 의원은 “희귀종 사육에 대한 호기심이 국내 생태계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8월 경기 성남시에서는 ‘사바나 왕도마뱀’으로 불리는 아프리카산 사바나 모니터 도마뱀이 발견됐다. 사바나 모니터 도마뱀은 멸종 위기의 야생 동·식물종으로 분류돼 반려동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파충류다.
환경부 조사 결과 야생에서 구조된 동물은 지난해 기준 2만161마리다. 이는 6년 동안 두 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구조된 동물의 종 수도 2017년 259종에서 지난해 317종으로 약 22% 증가했다. 올해만 해도 지난달까지 구조된 동물이 1만2821마리, 266종에 이른다.
가장 많이 구조된 종은 고라니 1만424마리였으며, 멧비둘기 5234마리, 너구리 5006마리, 집비둘기 4826마리, 까치 4116마리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외래종 발견 사례도 늘어서 최근 5년간 국내에서 확인된 외래종은 20종에 이른다. 곤충 11종, 파충류 4종, 거미류·어류·포유류·복족류·가재류가 각 1종씩이다.
임 의원은 “불법 유기에 대한 단속과 제재 강화, 외래종의 생태계 영향에 대한 연구를 통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