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영승 교사 괴롭힌 학부모 '돈 요구한 적 없다…조만간 입장 발표'

SBS 통해 "조만간 입장 내놓겠다" 밝혀
경기도교육청 업무 방해 학부모 3인 수사 의뢰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린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故 이영승 교사에게 4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학부모가 "고인에게 치료비를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9일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추모객이 남긴 메시지가 꽃과 함께 붙어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지난 23일 SBS 보도에 따르면 이 교사를 힘들게 했던 가해 학부모로 지목된 A씨가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내놓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교사는 2016년 첫 부임해 6학년 반을 맡게 됐다. 한 학생이 수업 중 페트병을 자르다가 커터 칼에 손을 베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학생의 학부모인 A씨가 이 교사에게 민원을 제기했다.

A씨는 학교안전공제회로부터 두 차례 치료비를 받았음에도 휴직 후 입대한 이 교사에게 지속해서 연락해 보상을 요구하며 책임을 물었다. 이 과정에서 학교는 이 교사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A씨의 민원은 해당 학생이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2019년 12월 31일까지 계속됐다. A씨는 '2차 수술 예정'이라며 이 교사에게 또다시 연락해 보상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의 민원을 혼자 감당해야 했던 이영승 교사는 '이 일이랑 안 맞는 거 같다. 하루하루가 힘들었다'는 글을 남기고 결국 생을 마감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25세였다.[사진출처=연합뉴스]

이 교사는 자신의 사비로 매월 50만원씩 8회에 걸쳐 총 400만원을 '치료비 명목'으로 학부모에게 준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얼굴, 이름, 직장 등 신상 정보는 이 교사의 사망 후 사회관계서비스(SNS)를 통해 공유됐다. 그가 부지점장으로 근무 중인 한 지역 농협 홈페이지에 비난 댓글이 쏟아졌다. 해당 농협 입구에는 '선생 돈 뜯고 죽인 살인자', '30년 거래한 주거래 은행을 바꾸려 합니다'라는 근조화환이 놓이기도 했다. A씨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 입구에 '악녀의 자식, 자퇴하라'는 대자보가 붙기도 했다.

농협은 지난 19일 A씨에게 내부 규정에 따라 기한이 정해지지 않은 대기 발령을 내렸다. 이어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하고 "돌아가신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본 사항에 대해 절차에 의거 엄중하게 처리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21일 이 교사가 A씨 외에 2명의 학부모로부터 교육 활동 침해를 당한 것으로 보고 A씨를 포함한 학부모 3명에 대해 의정부경찰서에 업무 방해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

이슈1팀 이소진 기자 adsurdis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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