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부결' 요청한 이재명…'단식 진정성'에 의문부호

오신환 "단식 21일차, 장문의 글을?"
하태경 "단식의 진짜 목적은 체포동의안 부결"
진중권 "바짝 쫄았다, 왜 판사 앞 못 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하루 앞두고 의원들에게 사실상 체포동의안 부결에 표를 던져 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의 글을 쓰면서 여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단식 21일차를 맞아 대화도 제대로 할 수 없을 이 대표가 장문의 글을 썼다는 점에서 '단식의 진정성'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신환 전 의원은 20일 YTN '더뉴스'에 출연해 "말도 할 수 없는, 대화를 이룰 수 없는 저런 21일 차의 단식을 하고 있는 당 대표가 어떻게 저런 장문의 글을 써가면서 민주당의 국회의원들에게 호소를 하냐"며 "어느 국민도 갖고 있지 않은 불체포특권을 가지고 왜 여기서 다시 국회의원들, 자당의 국회의원들에게 호소를 하냐"고 비판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장문의 글에서 "명백히 불법 부당한 이번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 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검찰 독재의 폭주 기관차를 국회 앞에서 멈춰 세워달라"고 했다. 사실상 의원들에게 체포동의안을 부결해줄 것을 요청한 셈이다.

하지만 단식을 21일이나 지속하면 의식과 판단력이 흐려지고 대화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몸 상태가 되는데, 저런 장문의 글을 무리없이 썼다는 점에서 오 전 의원은 단식의 진정성에 의혹을 표한 것으로 보인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SNS를 통해 "이 대표 단식의 진짜 목적은 체포동의안 부결이었다"며 "이 대표가 단식에 들어가자 민주당 내에서조차 뜬금없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오늘 이 대표가 이번 단식의 목적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밝힌 것"이라고 단식의 진정성 문제를 들고 나왔다.

이 대표 부결 요청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견해가 이어지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 대표가) 불과 석 달 전 국회 대표연설에서 '저를 향한 정치수사에 대한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했던 본인의 약속을 180도 뒤집었다"며 "죄가 없다면 본인 약속대로 당당하게 영장심사에 응해서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것이 정도"라고 지적했다.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은 "제가 판교 환풍구 사고 때부터 이 대표 말이라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아 왔습니다만, 전국에 생중계된 대표연설에서 약속한 거라 이번엔 다를 줄 알았다"며 "다시 한번 확인하고 간다. 진정성이라곤 하나도 없는 사람이란 걸"이라고 했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SNS서 "벼랑 앞에 선 이 대표가 결국 '마음의 소리'를 외치며 '백기'를 들었다"고 했고, 정치평론가인 진중권씨는 SNS서 "이 대표, 바짝 쫄았다. 증거가 하나 없다면서 판사 앞엔 왜 못 가나"고 했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게 뭔가"라고 황당함을 내비쳤고,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차라리 구속도 단식처럼 낮에만 하고 밤에는 집에 돌아가는 조건으로 해달라고 하시라"며 꼬집었다.

이슈1팀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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