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은주기자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지원에 내년에만 10조원을 넘는 국민세금이 투입된다. 올해보다 투입액은 14% 이상 늘어난다.
4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에 두 직역연금기금에 투입되는 정부의 재정은 10조240억원으로 올해(8조7508억원)보다 1조2732억원(14%) 확대된다. 올해와 내년 재정투입액을 보면 공무원연금이 5조6491억원에서 6조6071억원으로 16.9%, 군인연금이 3조1017억원에서 3조4169억원으로 10% 많아진다. 반면 국민연금에 대한 국가 지원액은 올해 105억원에서 111억원으로 5.7% 늘어나는 데 그친다. 사학연금은 1조899억원에서 1조111억원으로 7.2% 감소한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에 대한 내년도 재정 투입액이 늘어나는 이유는 이들 연금의 재정적자가 커졌기 때문이다. 두 기금은 이미 재원 고갈로 부족액을 국가가 보전해주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4조771억원 적자를 기록한 공무원연금은 내년에도 4조4411억원 적자가 난다. 3640억원(8.9%) 증가한 규모다. 군인연금 적자는 같은 기간 3조789억원에서 3조2489억원으로 1700억원(5.52%) 늘어난다. 최근 국민연금이 개혁 논의에 중심에 섰지만 직역연금의 재정난은 더 심각한 상황이란 의미다. 공무원연금은 1993년부터, 군인연금은 1973년부터 적자를 기록해 국가 재정 지원이 투입되고 있다. 사학연금도 수년 내 적자를 예고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사학연금의 적자 전환 시기를 2029년으로 전망했다.
두 직역연금 의무지출액도 늘어날 전망이다. 공무원연금의 의무지출액은 올해 연말까지 22조6980억원이 지출될 것으로 전망됐는데, 내년에는 올해보다 9.6% 늘어난 24조8837억원이 지출될 것으로 추산됐다. 군인연금의 의무지출액은 3조8463억원에서 4조408억원으로 늘어난다.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을 모두 포함한 4대 연금의 의무지출액은 올해 67조6915억원에서 14.6% 늘어난 77조6343억원으로 전망된다.
기금적자가 심화하는 가운데 지출해야 할 금액은 불어나는 이유는 평균 수명 연장 등으로 연금 수급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보험료를 낼 사람들은 줄고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공무원 연금수급자를 2023년 63만5000명에서 2024년 67만4000명, 2027년 79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모두 수급자 가입기간이 국민연금보다 길고, 보험료율이 높지만 연금지급액도 상대적으로 많은 구조 등도 재정 부담에 영향을 미친다.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의 보험료율은 18%, 군인연금은 14%로 국민연금(9%)보다 높지만 소득연금대체율 자체가 높게 설정돼 직역연금 개혁 필요성에 대한 지적이 지속돼 왔다.
직역연금 개혁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연금개혁 논의는 국민연금에 집중돼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지난달 1일 제시한 연금개혁안도 국민연금에 집중됐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가 지난 3월 1기 활동을 정리한 최종 경과보고서에도 직역연금과 관련해 구체적인 개혁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오는 10월까지 활동하는 국회 연금특위에서도 직역연금 개혁안까지 포함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