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흉기 소지범으로 오인된 중학생이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인해 다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6일 연합뉴스와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께 "의정부시 금오동 부용천에서 검정 후드티 입은 남자가 칼을 들고 뛰어다닌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곧바로 인근 지구대와 당직 형사 등 모든 인력을 동원해 폐쇄회로(CC)TV 등을 바탕으로 용의자 추적에 나섰다.
사복 차림의 형사들은 현장에 출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천에서 검정 후드티를 입고 이어폰을 귀에 꽂고 달리는 중학생 A군을 특정해 붙잡았다. 진압과정에서 A군은 형사 여러 명이 다짜고짜 자신에게 달려들자 겁이 나 달아났고, 형사들은 A군이 도주한다고 생각해 쫓아갔다. 이러한 상황에서 A군이 달리다가 넘어져 다쳤으며, 진압과정에서도 머리, 등, 팔, 다리에 상처가 났다.
문제는 붙잡고 보니 A군은 흉기를 소지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신고 당시 그는 평소처럼 운동을 위해 하천가를 달리고 있었고, 잠시 하천가 인근 공원에서 축구하던 아이들을 구경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아이들은 A군이 자신들을 지켜보다 다시 달리기를 이어가자 이를 수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A군이 진압되는 과정을 목격한 시민들은 '의정부시 금오동 흉기난동범'이라는 사진과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까지 했다.
A군의 부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피범벅이 된 아이를 병원도 데려가지 않고 수갑을 채운 채 경찰서에 구금했다"며 "사복을 입은 경찰들은 소속과 신분, 미란다원칙 등을 통보하지 않고 무리하게 아이를 폭행했다"고 억울해했다. 이어 "우리 아이는 매일 하천으로 운동을 하러 가는데 땀을 많이 내기 위해 후드티를 입고 이어폰을 끼고 운동한다"면서 "경찰로부터 어떠한 조치를 받지 못했고 직접 아이를 병원에 옮겨 전치 3주 정도의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당시 CCTV 영상을 확인하면 축구하던 아이들이 A군을 보고 달아나는 등 어느 정도 수긍이 되는 상황에서 출동했다"며 "형사들이 검문을 위해 경찰 신분증을 꺼내려던 순간 A군이 도망을 가 넘어져 버렸다"고 해명했다. 또 "한쪽은 제압하고 한쪽은 벗어나려는 그런 난감한 상황으로 벌어진 사고였다"며 "A군의 부모를 만나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대화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5일 경남 진주와 사천에서도 흉기를 소지한 거동 수상자가 거리를 배회한다는 신고가 들어와 시가 재난안전문자 메시지를 발송했으나, 두 건 모두 오인 신고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진주시에서 흉기를 소지한 남성은 인근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중, 칼집에 칼이 맞지 않아 그대로 들고 다녔고, 사천시의 60대 남성은 쓰레기 더미에서 칼을 주워 재사용하기 위해 집으로 가져오던 중 이를 목격한 시민이 신고한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