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링컨센터 서는 크라잉넛 'K인디, 제대로 보여줄 것'

"K-팝 인기가 정말 엄청나다는 걸 느꼈다. 한국의 인디, 즉 'K-인디'도 상당히 다채롭다는 걸 뉴욕에서 보여주고 싶다."

한국 인디 1세대를 대표하는 인기밴드 '크라잉넛'은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링컨센터 댐로쉬파크에서 열리는 'K-인디 뮤직나이트' 공연을 하루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음악에는 언어, 국경, 인종의 장벽이 없다. 우리의 음악을 함축적으로 보여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말달리자', '밤이 깊었네' 등 수많은 히트곡을 보유한 크라잉넛은 19일 저녁 4인조 밴드 세이수미와 함께 3000석 규모의 링컨센터 야외무대에 선다. 이는 링컨센터 주최의 한국 문화예술 특집 페스티벌인 '코리안 아츠 위크(Korean Arts Week)'의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중 하나다.

[이미지제공=뉴욕한국문화원]

크라잉넛의 메인보컬인 박윤식은 "(뉴욕 링컨센터는) 미국의 심장부가 아니냐. 한글(가사)로 된 노래가 울려 퍼진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따라부를 수 있는 노래들을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이번 무대에서 크라잉넛은 지난달 발표한 신곡 '야근'부터 '말달리자', '룩셈부르크' 등 히트곡까지 지난 28년간의 밴드 역사를 함축할 수 있는 곡들을 선보인다.

크라잉넛이 링컨센터 무대에 서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뉴욕에서의 공연 자체도 2011년 브루클린 이후 꽤 오랜만이다. 이상면(기타)은 "K-인디 뮤직나이트기 때문에 인디 1세대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우리를 초대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이상혁(드럼)은 "큰 규모의 공연은 K-팝 위주인데, K-인디 공연으로만 하루 따로 한다는 게 저희로선 너무 감사하다"면서 "우리끼리 (해외에) 나가서 인디 공연을 한 적은 있어도 이렇게 정부에서, 뉴욕한국문화원에서 (준비한) 인디 공연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K-팝, K-드라마 등의 높은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는 이들은 이번 무대를 계기로 K-인디 등 한국의 다양한 예술 장르가 해외에 더 많이 소개되길 바란다는 기대감도 털어놨다. 리더이자 베이시스트인 한경록은 "국경이 없어진 것 같다. (전 세계에서) K-팝 등 여러 한국 문화에 관심이 높아진 걸 느낀다"면서 "우리도 우리만의 경쟁력이 있고, 실력도 뒤처지지 않는다. K-팝, K-드라마 등과 콜라보레이션 등을 통해 (K-인디를 더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세대 인디대표로서 향후 K-인디의 방향성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상면은 "인디뮤지션 자체가 자신의 것을 가졌으면 좋겠다"면서 "따라하지 말아야 한다. 따라 하는 건 금방 들통나더라"고 덧붙였다.

어린 시절 '록스타'를 꿈꾸던 친구들이 뭉쳐 만든 밴드가 바로 크라잉넛이다. 크라잉넛이라는 이름으로 홍대 인디씬을 평정하고 국내 최초로 대중에게 펑크록을 선보인 지도 벌써 28년. 박윤식은 "(김인수를 제외한) 4명은 초중고교 동창이고, 대학교 때는 같이 밴드를 했고, 군대도 같이 갔다"면서 "함께 지난 시간이 30년이 되다 보니 얘기하지 않아도 다 아는 사이"라고 롱런 비결을 털어놨다.

청소년들을 위한 놀이문화라는 게 딱히 없던 시절, 음악을 갖고 놀던 게 자연스레 오늘로 이어진 셈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묘한 음악들이 이제 크라잉넛만의 특색이 됐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한경록은 "창작하면서 노는 놀이가 제일 재밌다"며 "우리 또한 일처럼 느껴질 때도 있는데 그 밸런스가 중요한 것 같다. 일이라기엔 재밌고, 놀이라기엔 진지한"이라고 미소 지었다. 김인수는 "칵테일을 만들 때는 섞는 재료의 퀄리티보다 밸런스가 중요하다"면서 "우리가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상반기 싱글 앨범을 발매한 크라잉넛은 이르면 하반기에도 하나 더 선보이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록페스티벌, 일본 도쿄 공연, 일본팀과의 콜라보레이션 작업 등도 연내 예정돼있다. 한경록은 "내후년이면 30주년"이라며 "크라잉넛은 항상 진행형이다. 한국뿐 아니라 어디를 가서든 음악으로 소통하고 싶다. 홍대 라이브클럽 공연도 항상 하고 있으니 언제라도 (와서) 즐겨달라"고 강조했다. 이상면은 "매년 일본 공연을 해오고 있는데, 뉴욕에도 매년 오고 싶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이번 공연을 통해 크라잉넛은 미국 관객들에게 어떤 밴드, 어떤 아티스트라는 수식어를 얻고 싶을까. "무대에서 열심히 노는 밴드(이상혁)", "에너지가 샘솟는 열정의 밴드(한경록)". 마지막에 그들은 한목소리로 덧붙였다. "쟤들 재밌네. 진짜 멋있네."

국제1팀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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