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축유 방출·우회항로 확보 등 단계별 대응 검토
유가·물류비 상승 파급효과 촉각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타격으로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정부가 실물경제 전반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섰다. 원유·가스 수급과 해상 물류, 수출·공급망, 금융시장 영향까지 포괄 점검에 착수하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대응 태세를 가동했다.
산업통상부는 1일 오전 문신학 차관 주재로 '제2차 실물경제 점검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외교부·기후부·해수부·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한국석유공사·한국가스공사·코트라(중동본부)·에너지경제연구원 등 업종별 협회·단체가 참석했다.
정부는 최근 전황 전개를 감안할 때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유조선 운항 일정 조정과 우회 항로 확보 등 해상 운송 리스크 관리 필요성이 제기됐다. 국제 유가와 가스 가격은 전황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까지는 수급 여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정부와 업계는 수개월분의 비축유를 확보하고 있으며, 가스 역시 비축 의무량을 상회하는 재고를 보유 중이다. 당장의 물리적 수급 위기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중동발 공급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단계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우선 업계 차원에서 중동 외 지역으로부터 추가 물량 확보를 추진하고, 사태 장기화로 민간 원유 재고가 일정 수준 이하로 감소하는 등 수급 위기가 심화될 경우 산업부는 자체 상황판단회의를 통해 비축유 방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여수, 거제 등 전국 9개 비축기지에 저장된 석유를 시장에 공급하는 방안도 준비돼 있다.
앞서 김정관 산업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석유공사도 해외 생산분 도입, 공동비축 우선구매권 행사, 비축유 방출 태세 점검 등 비상 매뉴얼상 조치에 대한 긴급 점검에도 착수했다.
해상 물류는 아직까지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주요 컨테이너 선사들은 2023년 홍해 사태 이후 수에즈운하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 항로를 활용해 온 상황이다. 다만 중동 지역 수출 비중이 전체 수출의 약 3% 수준으로 크지 않더라도, 사태 장기화로 유가 및 물류비가 상승할 경우 우리 수출 전반에 파급효과가 확대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정부는 중동 지역 수출 피해 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 수출바우처를 통한 물류비 지원, 해외 공동물류센터 활용 지원 등 기존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한편, 물류 경색이 본격화될 경우 임시선박 투입 등 추가 대응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공급망 측면에서는 석유·가스 외 중동 의존도가 높은 품목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난연재 원료인 브롬, 합성섬유용 에틸렌글리콜 등 일부 화학제품은 중동 의존도가 높지만, 국내 생산과 재고 활용, 대체 수입 등을 통해 영향 최소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력 수급도 현재까지 직접적 영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후부는 한전과 발전 공기업과 함께 유가 급등이나 LNG 도입 차질 가능성에 대비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산업통상부와의 공조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한편 산업부는 사태 발생 직후 양기욱 산업자원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한 '긴급대책반'을 가동 중이다. 향후 전황 추이와 국내 가격 동향, 선박 운항 상황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관계부처와 공조를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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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차관은 "비축 방출 등 비상조치를 면밀히 점검하고, 유가 변동이 국내 휘발유·가스 요금 등 국민 체감 물가에 과도하게 전이되지 않도록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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