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복수의 기관 연구 결과
홋카이도 동부 수년 내 규모 9 이상
초대형 지진 발생 가능
400년 주기 대지진 가능성
한국도 직·간접 지진피해 우려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 출연 : 이현우 기자
일본 홋카이도 동부 해안 일대에서 수년 내 규모 9 이상의 초대형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단순한 우려가 아닌 복수의 국가 연구기관이 공동 조사한 결과물인 데다, 일본 정부 역시 대지진 발생 확률을 상향 조정하면서 일본 내외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日 연구진, "400년 주기 대지진 발생 가능성 높아"
일본 도호쿠대학과 홋카이도대학, 일본 해양연구개발기구 등 여러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홋카이도 동부 해안에 위치한 쿠릴 해구 일대에서 향후 수년 내 규모 9 이상의 대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쿠릴 해구는 태평양 판과 오호츠크 판, 두 지각이 맞닿아 있는 주요 지진대로, 규모 8에서 9 이상의 대지진과 쓰나미가 주기적으로 발생해 온 위험 지역이다.
연구진이 지금까지의 지진 기록을 분석한 결과, 이 지역에서는 약 400년 주기로 대지진이 반복되어 왔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대형 지진은 1611년에서 1637년 사이의 규모 8.8 지진으로, 현재로부터 약 400년 전이다. 주기상으로는 지금부터 2037년 사이 언제든 대지진이 한 차례 이상 발생할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여기에 더해 연구진은 2019년부터 해당 지역 해저에 지각 변동 관측 장비를 설치해 운용해왔는데, 지각판이 해마다 8cm 이상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7세기 이후 약 400년간의 누적 이동 거리를 계산하면 20m 이상에 달한다. 연구진은 이 정도 에너지가 지각에 축적됐다면 규모 9 이상의 지진이 언제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만약 이 지역에서 대규모 지진이 실제로 발생할 경우,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 버금가는 거대한 쓰나미가 홋카이도와 일본 동부 해안 지역을 덮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쓰나미 파고가 최대 20m 이상에 달할 수 있으며, 해안 지역에 수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민간 연구기관뿐 아니라 일본 정부도 이 같은 위기감을 공유하고 있다. 일본 정부 내 지진조사위원회는 최근 홋카이도 동부 앞바다에서 규모 7.8에서 8.5 수준의 지진이 향후 30년 내 발생할 확률을 기존 80%에서 90%로 상향 조정했다. 사실상 발생 자체는 기정사실화하고 시기의 문제만 남은 셈이다.
날씨와 달리 예측 불가능한 지진…대지진 발생 우려 커져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본 내에서도 홋카이도 여행이나 출장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직원들의 홋카이도 지사 발령을 기피하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한국의 경우 홋카이도를 찾는 여행객이 적지 않은 만큼 이러한 소식이 미치는 파장도 작지 않다. 중국에서는 이미 정부 차원에서 일본 여행에 주의를 촉구하고 있으며, 단체 관광이 실제로 취소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중일 관계 악화라는 외교적 요인도 맞물려 있지만, 자국민의 안전을 우려하는 차원에서 지진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7월에는 일본 정부가 남부 해안 지역인 난카이 해곡 일대의 대지진 가능성을 경고하는 주의령을 발령한 바 있다.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주의령이 이어지면서 일본 사회 전반의 불안감은 점차 커지는 추세다. 일본은 1923년 관동 대지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등 역사적으로 파괴적인 대지진을 여러 차례 경험한 나라다. 일상적인 소규모 지진에는 익숙해졌다고 하더라도, 도쿄 인근에서 대지진이 발생할 경우 수백만 명의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는 추산까지 거론되면서 대지진에 대한 공포심은 일반 지진과 차원이 다르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렇다면 보다 정밀한 지진 예보는 불가능한 것일까. 기상 예보처럼 특정 날짜와 시간을 지정해 지진 발생을 예측하는 기술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지진 예측이 날씨 예보보다 훨씬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는 지하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각의 깊이는 약 30km로 추정되지만, 인류가 실제로 굴착한 최대 깊이는 약 10km에 불과하다. 지각의 3분의 1 수준만 파악한 채 나머지는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진파가 어떤 암반을 어떻게 통과하고, 대지진으로 이어질지 중형 지진으로 약화될지 현재 기술로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태풍이나 비구름의 경우 기압 배치를 토대로 이동 경로와 시점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지만, 지진파는 이러한 패턴 분석이 통하지 않는다. 과학계에서는 하루 전 예보는커녕, 1시간 전 예보만 가능해도 인명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진을 사전에 정밀하게 예보하는 기술을 개발하면 노벨상을 받을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을 만큼 난제 중의 난제로 꼽힌다.
日 대지진 발생시 한국도 피해…경제 타격 우려
일본의 대지진 가능성은 한국도 결코 남의 일로 볼 수 없다. 물리적으로 일본 동부 해안에서 쓰나미가 발생하면 한국 동해안 일부 지역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경상도 지역의 경우 해저 지각을 통해 일본 열도와 연결돼 있어 연쇄적인 지진 여파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2016년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은 기상청 관측 사상 최대 규모였으며 100억 원 이상의 재산 피해를 낳았는데, 일부 학계에서는 이 지진이 일본 쪽 지진과 연계되어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조선시대 역사 기록에 남아 있는 대규모 지진들도 대부분 일본의 대지진 이후 뒤따라 발생한 것들이 많았다는 점도 주목된다.
경제적 충격도 무시할 수 없다. 일본은 한국의 4대 교역국으로,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소재의 상당 부분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는 구조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전력망이 크게 손상되면서 일본산 첨단 소재를 사용하는 국내 기업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던 전례가 있다. 현재 일본의 원자력 발전소와 주요 공장 대부분이 동부 해안 지역에 집중되어 있어, 쓰나미 피해가 발생할 경우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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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현재의 한일 관계나 국민 감정과는 별개로, 대지진 발생에 대비한 양국 간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지금부터라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연재해 앞에서는 국경이 없다. 일본의 대지진은 더 이상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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