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백서]'월급만으로 먹고사나요?' 부업 했다가, 낭패 볼 수도

퇴근하고 유튜버·대리운전·배달원 등 부업
회사의 '겸업금지' 조항 꼼꼼히 살펴야
'본업 방해…부업 열심''괘씸죄' 우려도

편집자주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여러분은 어떻게 보내시는지요. 어떤 사람은 직장 생활을 '바둑판'에 비유하곤 합니다. 그만큼 돌발 변수가 많고,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는 곳이 직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직장 생활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직장생활 백서에 그 노하우를 담았습니다.

#1. 30대 직장인 김 모 씨. 그는 최근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김 씨는 "유튜브로 부수입을 좀 노리고 있다. 회사 월급만으로는 너무 부족하다. 다른 직장인들도 이렇게 부업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큰 수익은 바라지 않는다. 그냥 소소한 용돈벌이 정도만 할 수 있어도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2. 40대 김 과장. 그는 퇴근 후 배달원으로 뛰고 있다. 김 과장은 "아이들이 계속 크면서, 아무래도 부담이 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에서는 아직 모르지만, 알아도 별문제는 없을 것 같다. 저녁에 1~2시간 정도 한다. 본업에 무리를 주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라고 강조했다.

최근 물가상승, 고금리 등이 겹치면서 직장인들 사이에 부업을 하는 이른바 'N잡러'가 늘고 있다. 월급만으로는 만족스러운 삶이 어렵고, 부업을 통해 부족한 생활비를 벌겠다는 것이다. 일종의 수입원 다양화다. 도보 배송이나 편의점 아르바이트처럼 남는 시간에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부업을 선호한다.

서울 시내 한 상점에 붙어있는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 부업을 선호하는 직장인들은 퇴근 후 할 수 있는 이른바 '쪼개기 알바'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무관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부업을 하는 사람들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부업을 가진 사람은 2017년 41만 1000명에서 2018년 42만 9000명, 2019년 46만 3000명으로 늘어났다. 2020년(43만 2000명)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2021년 49만 6000명에 이어 2022년 54만 7000명(3분기 기준)으로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직장인 절반 이상이 부업을 고려 중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지난해 6월 인크루트 산하 휴먼클라우드 플랫폼 뉴워커가 직장인 881명을 대상으로 5월 18~22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부업을 찾을 의향이 있는지 묻는 말에 응답자의 57.9%가 "그렇다"고 답했다. 직장인 10명 중 4명은 이미 부업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41.4%가 부업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가장 많이 한 부업의 종류는 '테스트·리뷰(22.7%)'로 나타났다.

부업을 하면서, 그 자체로 불안감이 해소된다는 반응도 있다. 30대 후반 최 모 씨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최 씨는 "일단 (부업용으로) 시작을 했다는 것에 큰 만족을 하고 있다. 이 자체로 행복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그 행복감이 아직 돈으로 연결되고 있지는 않지만, 그냥 희망이 하나 생긴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최 씨에 따르면 유튜브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아직 없다. 다만 부업을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

다만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부업을 하는 것 때문에 회사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 부업을 알아보는 또 다른 직장인 박 모 씨는 "(회사 생활을 봐가면서 누구든지) 부업이야 할 수 있지 않나"라면서도 "문제는 회사 조치다. 이게 근로계약서 등 회사에서 금지하고 있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기업은 '겸업 금지' 조항을 근로 계약 안에 포함하고 있다. 근로자가 겸업(부업)으로 인해 회사의 이익에 지장을 초래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부업으로 인해 본업에 지장을 초래하거니, 특정 회사에 이중 취업해 회사의 기밀을 누설하거나, 기업의 명예나 신용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직장인들은 자신의 부업을 회사에서 알아채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부업 중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일종의 '부업 하기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한다. 고용보험이 중복되지는 않았는지, 소득 외 수입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체크하는 것들이다.

고용보험의 경우 중복가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 가입하게 되면 회사에 통보된다. 월급 이외 소득 규모는 수입이 2000만원을 넘을 경우 '소득월액 보험료'를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이럴 경우 회사에서 직원 개개인의 소득금액증명원을 확인하거나 연말정산시 건강보험료 비용이 징수되었던 금액보다 많은 경우, 직원의 다른 수입 경로 등을 유추해볼 수 있다. 건보료가 추가로 부과되는 소득 종류로는 근로소득, 이자소득, 배당소득, 임대소득 (월세 등), 연금소득, 기타소득, 사업소득 등이 있다.

그러나 진짜 큰 문제는 회사에서 부업을 알아채고 관련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낙인이 찍히는 것'이라고 직장인들은 입을 모은다. 직장 생활을 잘하기 위해서 알아야 할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 중간 관리자로 일하는 과장 김 모 씨는 "겸업 금지 조항 위반 등 따지고 들었을 때, 위반이 아닌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문제는 '회사 윗선에서 직원이 업무에 100% 몰입해서 일하지 않고, 결국 부업을 하고 있네!'라는 인식을 할 수 있다는 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일 이렇게 인식이 되면 되돌리기 정말 힘들다"라고 말했다.

실제 한 기업의 인사 담당 관계자 역시 비슷한 조언을 했다. 그는 "부업에 관심을 갖거나 할 수 있다"면서도 "부업을 하고 소득이 잡히고 회사가 이를 알고, 이런 것은 어떻게 보면, 나중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기업 오너가 이런 모습을 좋게 생각할까' 이건 다른 문제다. 많은 직장인이 이런 상황까지 잘 고려하고 판단해서 부업을 결정하면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편집국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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