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선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오는 28일께 '통신 시장 경쟁 촉진 정책 방안'을 발표한다. 알뜰폰(MVNO) 활성화 대책이 이번 정책 방안의 주요 내용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9월 일몰된 도매제공의무제도에 대한 개선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알뜰폰 사업은 통신망을 구축한 국내 이통 3사의 서비스와 설비를 도매로 받아 재판매하는 형태다. 이 과정에서 알뜰폰 사업자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에 도매대가(망 사용료)를 지급한다.
정부는 알뜰폰 업계를 대신해 도매제공 의무 사업자인 SK텔레콤과 매년 도매대가를 협의해왔다. 도매제공의무제도는 이통 3사에 의존해 요금제를 '단순 재판매'하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에게 생명줄과 같다. 정부는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 기간을 연장하고 도매대가 산정 기준을 고시를 통해 유연하게 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할 준비를 해 놓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마련한 알뜰폰 활성화 방안에 대해 벌써부터 의견이 분분하다. 알뜰폰 시장을 키우기 위해선 여전히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알뜰폰 사업자에게 연명할 수 있게 '산소호흡기'만 달아준 방안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기통신사업법에 규정된 일몰 기간으로 도매제공의무제도의 효력이 사라지면 알뜰폰 시장은 무너질까. 알뜰폰 사업자들은 생존이 어렵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규제 일몰 이후 8개월간 알뜰폰 시장은 전성기를 맞았다. 시장 자율 경쟁이 오히려 더 활발해졌다. 중소 사업자가 '0원 요금제'를 먼저 출시하며 '가입자 뺏고 뺏기기 전쟁'에 앞장섰다. 이통 3사가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알뜰폰 영업 보조금을 최대 21만원까지 주고 데이터도 추가로 제공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통신사들이 도매대가를 받으면서도 영업 보조금을 제공한 것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이 기간 알뜰폰 가입자 수는 163만명이 증가했다.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은 16.1%에서 17.6%로 늘었다. 알뜰폰 가입자 수도 10% 증가했다. 오히려 이통3사 휴대폰 가입자 수는 46만명 감소했다. 정부가 개입해 도매대가를 규제하지 않아도 알뜰폰 요금을 낮출 수 있다는 논리가 증명된 셈이다. 그렇다 해도 당장 도매제공의무제도를 폐지하는 건 리스크가 크다. 중소 사업자의 '홀로서기'가 가능할 때 까지는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알뜰폰 정책을 원점에서 다시 돌아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알뜰폰 도입 당시 정부의 목표는 자체 전산 설비를 갖춘 풀(Full) 알뜰폰 사업자 육성이었다. 과점 형태의 이동통신 시장에서 독립적으로 이통3사를 견제할 수 있는 사업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정책 지원을 계속 유지했다. 2016년 11월 도매제공의무제도 2차 연장 시점 국회 검토보고서를 보면 정부는 사업자 각각의 규모가 작고 가입자 기반이 취약해 도매제공 의무제도의 유효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알뜰폰 시장은 시장점유율 10%를 39개 사업자가 나눠 갖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알뜰폰 시장은 90여개가 넘는 사업자가 난립해 있다. 정부의 당근책이 단순 재판매하는 영세사업자만 양산했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알뜰폰의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이 17%를 넘었지만, 여전히 사업자들은 정책에만 의존해 생존하고 있다"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현재 알뜰폰 시장은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알뜰폰 시장의 경쟁이 이통3사의 보조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면서 "도매제공의무제도 효과 시한이 지난 건 아닌지 살펴보고 알뜰폰 역할에 대한 규정도 재정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풀 알뜰폰 사업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알뜰폰 사업자와 이통3사가 시장에서 공생하려면 도매와 소매 시장에서 모두 상호 경쟁하는 시장 구도를 형성해야 한다. 당분간 시장 분위기를 지켜보다 추후 경쟁 저해 등 문제가 생기면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자는 의견이 있다. 도매제공의무제도는 유지하되 대가산정을 자율로 맡기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신사 입장과 여론을 절충한 안이란 평가다. 물론 중소 사업자를 위한 보호 장치는 필요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규제를 강화하는 제도 대신 사업자 간 경쟁 구도로 시장이 움직여야 한다"면서 "시장 자율 환경에서 자체적인 경쟁력과 차별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도태하는 알뜰폰 사업자가 우후죽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