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심하게 공격받은 적 처음'…집·도로 온통 '귀뚜라미 떼' 美 네바다

온난화·가뭄으로 개체수 급증
농작물 먹어치워 생태계 악영향

미국 네바다주 북부의 한 도시에 '모르몬 귀뚜라미'로 불리는 곤충 떼가 출몰해 집과 도로 등을 뒤덮으면서 주민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최근 트위터와 틱톡 등 여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네바다주 엘코시 주민들이 촬영한 모르몬 귀뚜라미 떼의 사진과 영상이 다수 올라와 공유되고 있다.

미 네바다주 엘코시 주민 콜레트 레이놀즈가 틱톡에 올린 '모르몬 귀뚜라미' 떼의 모습[이미지출처=연합뉴스]

모르몬 귀뚜라미 떼가 자신의 집 벽과 기둥, 창문 등을 빽빽이 뒤덮은 모습을 틱톡에 올린 콜레트 레이놀즈 씨는 영상에서 "저것들이 말 그대로 어디에나 있다"면서 "정말 역겹고 소름 끼친다. 모르몬 귀뚜라미는 매년 우리 마을을 지나갔지만, 우리 집이 이렇게 심하게 공격받은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레이놀즈씨는 "매일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다"면서 "집 전체가 벌레에 휩싸여 밖에 나갈 수가 없다. 어젯밤에는 걱정이 돼서 15분밖에 못 잤다"고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곤충 떼를 박멸하기 위해 해충 퇴치 전문가를 부르기도 했으나, 이 곤충들이 서로를 먹는 습성이 있어 사체가 많아질수록 새로운 개체를 더 유인하는 미끼가 되기 때문에 그냥 놔두는 수밖에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15년간 이 도시에 살았다는 주민 테드 베라스씨는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몇 년간 모르몬 귀뚜라미 떼의 출몰이 더 심각해졌다"고 했다. 베라스씨는 "귀뚜라미 떼가 도로를 뒤덮은 상태에서 차들이 그 위를 치고 지나가는데, (도로 위에 달라붙은 사체들이) 도로를 미끄럽게 만들어 위험하다"며 "전에 트럭을 몰고 귀뚜라미 떼가 있는 커브 길을 지나다 미끄러질 뻔했다"고 말했다.

미 네바다주립대 농업·생명과학대 홈페이지에 소개된 모르몬 귀뚜라미[이미지출처=연합뉴스]

모르몬 귀뚜라미는 사실 이름과는 달리 귀뚜라미가 아닌 여칫과의 곤충이다. 네바다주립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 홈페이지의 '모르몬 귀뚜라미에 대한 정의와 관리' 내용에 따르면 이 곤충 성체의 크기는 3.8∼5㎝ 정도로 날 수 없는 대신 땅바닥을 기거나 뛰어다닌다. '모르몬 귀뚜라미'라는 이름은 1800년대 미국 유타주에서 이 곤충이 모르몬교도들이 정착한 지역에 떼로 나타나 경작지를 망쳤던 사건에서 유래한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이 곤충이 건조하고 뜨거운 기후에서 잘 번식하는 습성을 지녀, 최근 미 서부의 가뭄과 온난화가 심해짐에 따라 개체 수가 더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네바다주 농림부는 지난 몇 년간 주요 고속도로를 따라 살충제와 곤충 성장 조절제 등 약품을 살포해 왔지만,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슈2팀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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